티스토리 뷰
목차
처음 감리 검토 자리에 나갔을 때 지적 사항 목록을 받아들고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면은 다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펼쳐놓고 보니 전력간선 루트가 현장 변경 사항을 반영하지 않았고 케이블 선정 계산서도 빠져 있었습니다. 감리에서 자주 지적되는 항목은 사실 정해져 있습니다. 어려운 기술적 오류보다 기본 확인 사항을 빠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항목이 반복적으로 걸리는지, 왜 그 항목이 문제가 되는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전력간선 루트 변경과 수배전반 교체 — 연동 누락이 문제
전력간선(Power Trunk Line)이란 수변전 설비 또는 분전반에서 각 부하 설비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주요 배선 경로를 의미합니다. 현장에서 건축 구조 변경이나 기계실 위치 조정이 생기면 전력간선 루트가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데 건축 도면 변경 내용을 전기 도면에 즉시 반영하지 않으면 도면과 현장이 어긋나고, 감리 검토에서 루트 불일치가 바로 걸립니다. 제가 경험한 프로젝트 중 기계실이 2층에서 지하로 이동했는데 전력간선 평면도는 기존 루트 그대로 남아 있어 감리에서 전체 경로 재검토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수배전반(수변전설비)이란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은 고압 전력을 저압으로 변환해 건물 각 부하에 분배하는 설비를 의미합니다. 수배전반 사양이 변경됐을 때는 반드시 연동되는 주차단기 용량과 인입 케이블 규격을 함께 재검토해야 합니다. 수배전반 용량은 커졌는데 인입 케이블은 그대로 두거나, 차단기 정격이 케이블 허용전류보다 크게 설정된 채로 제출되는 경우가 감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지적입니다. KEC 212.4.1에서는 과부하 보호장치의 정격전류가 보호 대상 도체의 허용전류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차단기와 케이블은 반드시 협조 관계를 맞춰야 합니다.
- 건축 도면 변경 시 전력간선 루트를 즉시 동기화 — 변경 이력 관리 필수
- 수배전반 용량 변경 시 주차단기 정격과 인입 케이블 허용전류 반드시 동시 재검토
- KEC 212.4.1 — 차단기 정격전류 ≤ 케이블 허용전류 협조 원칙 준수

케이블 선정과 보정계수 — 계산서 없으면 무조건 지적
케이블 선정에서 가장 자주 지적받는 항목이 허용전류 보정계수(감소계수) 미적용입니다. 허용전류(Allowable Current)란 전선이 최고 허용온도를 초과하지 않고 연속으로 흘릴 수 있는 최대 전류값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 허용전류가 전선 단품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케이블 여러 가닥이 한 경로에 묶여 포설되는데, 이 경우 열 방출이 줄어들어 허용전류가 낮아집니다. KEC 232.5에서는 이를 집합감소계수로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위 온도가 40℃를 초과하는 환경이나 케이블 다수가 트레이에 밀집 포설된 경우 보정계수를 곱해 최종 허용전류를 산출해야 합니다. 계산서 없이 전선 규격만 도면에 적어두면 감리에서 "어떤 근거로 이 굵기를 선정했냐"는 질문이 바로 나옵니다. 저는 이 지적을 직접 받아본 후부터 케이블 선정 계산서를 도면 부속 서류로 반드시 첨부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보정계수가 제대로 적용됐다면 계산서 한 장이 모든 설명을 대신합니다.
- KEC 232.5 — 집합감소계수·온도 보정계수 반드시 적용 후 케이블 규격 확정
- 케이블 선정 계산서(허용전류 산출 근거) 도면 부속 서류로 반드시 제출
- 다심케이블 밀집 포설 구간 — 집합감소계수 적용으로 허용전류가 기준값보다 낮아짐을 반드시 반영

케이블트레이 규격 과소 선정 — 현장에서 가장 자주 바뀌는 항목
케이블트레이(Cable Tray)란 케이블을 지지·보호하기 위한 금속 또는 비금속 구조물로, 사다리형·바닥밀폐형·펀칭형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트레이 규격은 포설될 케이블의 외경 합계를 기준으로 선정해야 하는데, 초보 설계 때는 현재 포설될 케이블 수량만 보고 트레이 폭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리에서는 반드시 "향후 증설 케이블을 위한 여유 공간이 확보됐느냐"를 봅니다. KEC 232.40에 따르면 케이블트레이 시스템 적용 시 케이블 포설 방법과 용량에 적합한 규격을 선정해야 하며, 수평 트레이에 다심케이블 포설 시 케이블 바깥지름 합계가 트레이 내부 폭을 초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제가 검토한 도면 중에서 200mm 폭 트레이에 외경 합계가 180mm를 넘는 케이블을 포설하도록 설계된 것을 감리 전에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트레이 교체가 아니라 현장 경로 전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트레이 폭을 산정할 때는 현 포설 케이블 외경 합계의 1.5배 이상을 여유로 확보하는 것이 실무 기준으로 통용됩니다. 작아 보이는 트레이 규격 하나가 공사 중 추가 비용 발생의 원인이 됩니다.
- KEC 232.40 — 케이블 외경 합계 기준 트레이 폭 선정. 수평 트레이 내 케이블 바깥지름 합계 ≤ 트레이 내부 폭
- 현 포설 케이블 외경 합계의 최소 1.5배 트레이 폭 확보 — 증설 여유 공간 감리 확인 항목
- 트레이 규격 근거 계산 내역 설계 도서에 포함 권장

감리 지적 줄이는 실무 대응 방식
솔직히 말하면 감리에서 나오는 지적 중 일부는 설계자가 이미 발주처와 협의해 처리 방향이 정해진 사안인데, 감리가 다시 설계사 의견을 따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현장에서 실제로 자주 만납니다. 발주처와 변경 협의가 완료된 내용이라면 그 협의 내역을 문서로 남겨두고, 감리 검토 시 함께 제출하면 불필요한 왕복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협의 내용이 구두로만 남아 있으면 나중에 설계자만 곤란해지는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실무에서 쓰는 방식은 도면 제출 전 자체 감리 체크리스트를 돌리는 것입니다. 전력간선 루트 변경 이력 대조, 차단기·케이블 협조 확인, 트레이 규격 산출 근거 첨부, 케이블 선정 계산서 포함 여부. 이 네 가지만 제출 전날 점검해도 감리에서 나오는 주요 지적의 절반 이상은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감리 대응은 설명 능력보다 근거 서류가 먼저입니다.
- 발주처 협의 변경 사항 — 구두 협의 금지, 이메일·회의록 등 문서화 후 감리 제출 시 첨부
- 도면 제출 전 자체 체크리스트 운영 — 루트 대조·협조 확인·계산서 첨부·트레이 근거 4개 항목 필수
- 감리 대응의 핵심은 구두 설명이 아니라 계산 근거 서류 — 서류가 있으면 지적이 확인으로 끝남
감리가 꼼꼼하게 보는 게 때로는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리 지적이 설계 단계에서 막아주는 현장 오류가 그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경험으로 압니다. 지적받은 항목을 리스트로 정리해두면 다음 프로젝트에서 같은 항목은 절대 다시 걸리지 않습니다. 감리 지적 목록은 사실 가장 실용적인 설계 체크리스트입니다.
참고 법규 및 출처
· KEC 배선설비 설계 및 공사방법 기술지침 — 전기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