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시네마에서 개봉 당시 봤다. 나오면서 같이 간 사람이랑 한동안 말을 못 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뭘 본 건지 정리가 안 됐기 때문에. 그 이후로 두 번 더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른 부분이 보이고 다른 결론이 나왔다. 세 번을 봐도 확신이 없는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는데, 그게 이 영화의 설계라는 걸 알게 됐다. 2016년 나홍진 감독의 작품으로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 김환희가 출연한다. 688만 관객. 156분. 추격자(2008) 이후 8년 만의 나홍진 감독 신작이었다.
156분이 필요한 이유
이 영화가 156분이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좀 과하다 싶었다. 근데 보고 나면 이 길이가 이 영화의 전략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영화는 관객을 서서히 지치게 만들고 싶다. 종구가 지쳐가는 것처럼 관객도 지쳐가야 한다. 뭐가 진짜인지 모르는 혼란이 쌓여야 마지막 선택의 무게가 달라진다. 그 시간이 필요해서 156분이다. 근데 동시에 이 길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벽이기도 하다. 중반부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구간이 있고, 일부 장면은 이 길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늘어진 느낌이 있다. 156분의 절반 정도를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나머지 절반은 그 무게를 버티는 시간에 가깝다.
현재 디즈니플러스에서 구독으로 볼 수 있다.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 상당히 많은 영화라 그 점은 미리 알고 보는 게 좋다.
곽도원의 종구 - 평범함이 만드는 공포
이 영화에서 가장 영리한 캐스팅 선택이 곽도원이라고 생각한다. 종구는 무능하고, 겁쟁이고, 판단이 느리고, 중요한 순간에 항상 한 박자 늦는다. 영웅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아빠다. 그 평범함이 이 영화의 공포를 만드는 핵심이다. 만약 종구가 영리하고 유능한 인물이었다면 이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던져질 때 어떻게 되는가. 곽도원이 그 무너짐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종구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보면 이 영화에서 곽도원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하고 있는지 보인다.
황정민의 굿 장면은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압도적인 구간이다. 황정민이 실제로 무당 굿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배웠다는 게 그 장면에서 느껴진다. 그 장면만 따로 잘라내도 독립적인 작품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장면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가 나중에 이어지는 맥락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읽힌다.

결말에 대한 개인 해석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영화라 조심스럽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논쟁이 이어지는 건 무명(천우희)이 누구인가와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무엇인가다. 개인적으로 세 번 보고 내린 결론을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하나의 정답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의도라고 생각한다. 선악의 경계가 흐릿한 것,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어야 하는 상황,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지, 외지인이 악마인가 귀신인가 같은 분류가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열린 결말이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불만이 된다. 명확한 해소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나홍진 감독의 세 작품 중에서 곡성이 가장 야심 차고 가장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추격자가 완성도 면에서 더 단단한데, 곡성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 그 차이가 이 영화의 성격을 잘 설명한다.

추격자에서 곡성까지 - 나홍진이 간 방향
추격자를 보고 나서 곡성을 보면 이 감독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보인다. 추격자는 실체가 있는 공포였다. 살인범이 있고, 피해자가 있고, 시스템이 실패하는 과정이 명확하게 그려진다. 곡성은 실체가 없는 공포다. 뭔지 모르는 것, 설명할 수 없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이 만드는 공포. 이 변화가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 이후 어디로 가고 싶었는지를 보여준다. 더 설명하기 어려운 것, 더 근본적인 것으로. 그 방향이 맞는지는 관객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그 변화 자체는 분명히 의도적이고 일관성이 있다. 디즈니플러스 구독 중이라면 추격자와 함께 이어서 보는 것을 권한다. 두 영화를 연속으로 보면 나홍진이라는 감독이 무엇을 탐구하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