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챠에서 틀었다. 보기 전에 솔직히 약간 망설였다. 개봉 당시 정치적 논란이 많았던 영화라는 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그 프레임 안에서 보게 될까 봐. 근데 막상 보니까 정치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도 할 말이 꽤 많은 영화였다. 2014년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황정민이 주인공 덕수를 연기한다. 개봉 당시 1,424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다. 1950년 한국전쟁 시기부터 시작해 독일 파독 광부, 베트남 파병, 이산가족 찾기 방송까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들을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따라간다.
덕수라는 인물이 짊어진 것
이 영화의 중심은 덕수라는 인물이다. 아버지를 잃은 자리를 채우기 위해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사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그 욕망을 한 번도 자기 것으로 꺼낸 적이 없는 사람. 황정민이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노년부터 청년까지 다 소화하는데, 특히 중년 이후의 덕수가 인상적이다. 겉으로는 씩씩하고 주변에 투덜대지만, 혼자 있을 때 감추는 것들이 있다는 걸 황정민이 조용하게 전달한다.
현재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구독으로 볼 수 있고, 웨이브에서는 유료 대여도 가능하다.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한국 현대사를 담는 방식
흥남 철수 장면으로 시작해 독일 탄광,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찾기까지. 이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덕수의 인생 위에 얹어서 보여준다.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도 읽히고, 하나의 흐름으로도 읽힌다. 특히 이산가족 찾기 방송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올라오는 구간이다. 실제 방송 화면과 영화 속 장면이 섞이는 방식이 현실감을 만든다. 그 장면에서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포레스트 검프와 많이 비교되는 영화인데,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국가의 역사를 담아낸다는 구조가 비슷하다. 다만 포레스트 검프가 역사적 사건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라면, 국제시장은 그 사건들에 휩쓸리는 방식에 가깝다. 덕수는 역사를 만드는 쪽이 아니라 역사에 치이는 쪽이다. 그게 이 영화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논란과 개인적인 생각
이 영화가 개봉 당시 논란이 됐던 건 주로 역사적 관점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를 다루면서 5.18이나 민주화운동 같은 사건들이 빠져 있고,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 비판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베트남 파병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정치적 맥락이 생략돼 있다는 느낌이 있다. 역사를 다루는 영화가 어느 것을 담고 어느 것을 빼느냐는 선택 자체가 이미 입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담아낸 것들이 완전히 무의미하지는 않다. 그 시대를 살아온 부모 세대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 무게가 얼마나 컸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부모님 세대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졌다. 그게 이 영화가 남긴 것 중 하나다. 논란과 별개로, 한 번쯤 볼 만한 영화라는 건 맞다. 위에 언급한 플랫폼 구독 중이라면 가족과 함께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