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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 방아쇠를 당긴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by woohss003 2026. 5. 18.

1979년 10월 26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안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궁정동 안가에서 암살했다는 것. 그 사실은 역사 교과서에 나온다. 근데 왜 그랬는지는 교과서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 공백을 이 영화가 채운다.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김규평은 영웅인가, 반역자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쉽게 답을 낼 수 없었다. 우민호 감독이 2020년에 내놓은 작품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개봉했다. 그 여파로 475만 관객에 그쳤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아쉬운 숫자다. 이병헌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이성민이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을, 곽도원이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한다.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한 인물들이라 이름을 조금씩 바꿨지만, 누가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는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읽힌다.

볼 수 있는 곳

플랫폼 이용 방식 비고
넷플릭스 월정액 구독 광고형 요금제 포함
디즈니플러스 월정액 구독 구독 중이면 추가 비용 없음
왓챠 월정액 구독 구독 중이면 추가 비용 없음
티빙 월정액 구독 요금제에 따라 상이

웨이브에서는 유료 대여도 가능하다.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공식 포스터

이병헌이 만든 김규평이라는 인물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되는 건 이병헌이 연기한 김규평이다. 혁명 동지이자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옆에서 18년을 버텨온 인물. 근데 그 18년 동안 이 사람이 본 것들이 영화 안에 조금씩 쌓인다. 버림받을 것을 알면서도 충성하고, 충성하면서도 흔들리는 과정. 이병헌은 이 복잡한 내면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눈빛과 침묵으로 전달한다. 특히 박용각(이성민)과 미국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각하는 이인자를 살려두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표정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무언가 결심하는 것 같은데, 그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여백이 이병헌의 몫이고, 이병헌이 그걸 채운다.

이성민의 박용각은 반대편에서 이 영화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배신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먼저 현실을 직시한 사람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사를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치는 배우다. 곽도원이 연기한 경호실장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충성의 방향이 다를 뿐인데, 그 방향이 잘못된 쪽을 향하고 있는 사람이다. 세 인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권력에 묶여 있다는 구조가 이 영화를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이야기로 만든다.

화려한 봉황 문양이 장식된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통령이 서류에 서명하는 가운데 김규평을 포함한 측근들이 주변에 서 있는 장면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가 주는 것

이 영화는 결말을 미리 알려주고 시작한다. 1979년 10월 26일, 김규평이 대통령을 암살했다는 사실이 첫 장면에서 자막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왜 일어났는지를 추적하는 영화다. 그 역방향 구조가 이 영화를 스릴러처럼 만든다. 결말을 알면서도 긴장되는 이상한 감각. 특히 40일이라는 카운트다운이 영화 전체에 걸려 있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그 압박이 점점 조여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 전에 10.26 사건에 대해 좀 더 찾아봤다. 역사적 기록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실제 김재규는 법정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영화는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가져오지만 세부 사항은 허구로 채운다. 그 경계를 알고 보면 영화가 더 풍부하게 읽힌다. 동시에 그 경계를 모르면 자칫 영화의 해석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역사를 한번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영화와 역사 사이의 간극 자체가 꽤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된다.

밤거리에서 탱크 포신과 마주한 채 홀로 서 있는 김규평의 뒷모습, 어두운 한옥 담장과 차량 헤드라이트가 대비를 이루는 장면

내부자들, 더 킹과 함께 읽어야 할 이유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도 연출한 감독이다. 두 영화를 이어서 보면 이 감독이 한국의 권력 구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내부자들이 현재 진행형의 권력 부패를 다뤘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그 구조가 어디서 왔는지를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더 킹까지 더하면 청년이 권력에 편입되는 과정, 권력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 그리고 그 권력의 기원까지 하나의 연결선으로 읽힌다. 따로 봐도 각각 완성된 영화지만, 세 편을 연속으로 보면 한국 사회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에 대한 나름의 지도가 그려지는 느낌이 있다.

이 영화가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이거다. 나쁜 시스템 안에서 나쁜 방식으로 그 시스템을 끝낸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영화는 그 답을 주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게 2020년에 나온 이 영화가 지금 봐도 낡지 않는 이유다. 위에 정리한 플랫폼 구독 중이라면 한 번 볼 것을 권한다. 역사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권력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