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26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안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궁정동 안가에서 암살했다는 것. 그 사실은 역사 교과서에 나온다. 근데 왜 그랬는지는 교과서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 공백을 이 영화가 채운다.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김규평은 영웅인가, 반역자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쉽게 답을 낼 수 없었다. 우민호 감독이 2020년에 내놓은 작품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개봉했다. 그 여파로 475만 관객에 그쳤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아쉬운 숫자다. 이병헌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이성민이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을, 곽도원이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한다.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한 인물들이라 이름을 조금씩 바꿨지만, 누가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는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읽힌다.
볼 수 있는 곳
| 플랫폼 | 이용 방식 | 비고 |
| 넷플릭스 | 월정액 구독 | 광고형 요금제 포함 |
| 디즈니플러스 | 월정액 구독 | 구독 중이면 추가 비용 없음 |
| 왓챠 | 월정액 구독 | 구독 중이면 추가 비용 없음 |
| 티빙 | 월정액 구독 | 요금제에 따라 상이 |
웨이브에서는 유료 대여도 가능하다.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이병헌이 만든 김규평이라는 인물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되는 건 이병헌이 연기한 김규평이다. 혁명 동지이자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옆에서 18년을 버텨온 인물. 근데 그 18년 동안 이 사람이 본 것들이 영화 안에 조금씩 쌓인다. 버림받을 것을 알면서도 충성하고, 충성하면서도 흔들리는 과정. 이병헌은 이 복잡한 내면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눈빛과 침묵으로 전달한다. 특히 박용각(이성민)과 미국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각하는 이인자를 살려두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표정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무언가 결심하는 것 같은데, 그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여백이 이병헌의 몫이고, 이병헌이 그걸 채운다.
이성민의 박용각은 반대편에서 이 영화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배신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먼저 현실을 직시한 사람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사를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치는 배우다. 곽도원이 연기한 경호실장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충성의 방향이 다를 뿐인데, 그 방향이 잘못된 쪽을 향하고 있는 사람이다. 세 인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권력에 묶여 있다는 구조가 이 영화를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이야기로 만든다.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가 주는 것
이 영화는 결말을 미리 알려주고 시작한다. 1979년 10월 26일, 김규평이 대통령을 암살했다는 사실이 첫 장면에서 자막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왜 일어났는지를 추적하는 영화다. 그 역방향 구조가 이 영화를 스릴러처럼 만든다. 결말을 알면서도 긴장되는 이상한 감각. 특히 40일이라는 카운트다운이 영화 전체에 걸려 있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그 압박이 점점 조여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 전에 10.26 사건에 대해 좀 더 찾아봤다. 역사적 기록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실제 김재규는 법정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영화는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가져오지만 세부 사항은 허구로 채운다. 그 경계를 알고 보면 영화가 더 풍부하게 읽힌다. 동시에 그 경계를 모르면 자칫 영화의 해석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역사를 한번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영화와 역사 사이의 간극 자체가 꽤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된다.

내부자들, 더 킹과 함께 읽어야 할 이유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도 연출한 감독이다. 두 영화를 이어서 보면 이 감독이 한국의 권력 구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내부자들이 현재 진행형의 권력 부패를 다뤘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그 구조가 어디서 왔는지를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더 킹까지 더하면 청년이 권력에 편입되는 과정, 권력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 그리고 그 권력의 기원까지 하나의 연결선으로 읽힌다. 따로 봐도 각각 완성된 영화지만, 세 편을 연속으로 보면 한국 사회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에 대한 나름의 지도가 그려지는 느낌이 있다.
이 영화가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이거다. 나쁜 시스템 안에서 나쁜 방식으로 그 시스템을 끝낸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영화는 그 답을 주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게 2020년에 나온 이 영화가 지금 봐도 낡지 않는 이유다. 위에 정리한 플랫폼 구독 중이라면 한 번 볼 것을 권한다. 역사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권력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