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서 늦은 밤에 틀었다가 새벽까지 끊지 못했다. 2015년 개봉작이고 당시 극장에서 엄청난 흥행을 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볼 기회가 없다가 한참 뒤에야 봤다. 우민호 감독이 연출했고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이 중심을 잡고 있는데, 세 사람이 각자 완전히 다른 결의 캐릭터를 가져가면서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정치, 언론, 재벌이 어떻게 서로 얽혀 돌아가는지를 꽤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인데, 불편한 건 그게 전혀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 인물이 만드는 구도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세 남자의 이야기다. 조직의 뒤를 봐주다 버림받은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부패한 권력을 쫓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그 권력의 중심에 앉아 있는 언론인 이강희(백윤식). 이 세 사람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면서 이야기가 돌아간다. 세 캐릭터 중 누구도 완전히 선하거나 완전히 악하지 않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영리한 부분이다. 우장훈조차 순수한 정의감만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는 게 중반 이후에 서서히 드러난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진짜 존재감을 보여준다. 안상구라는 인물이 처음엔 단순한 조직 출신 조력자처럼 보이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사람의 분노가 얼마나 깊고 구체적인지 느껴진다. 특히 팔을 잃고 난 이후의 장면들에서 말보다 눈빛과 행동으로 훨씬 많은 걸 전달한다. 조승우는 이병헌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절제된 연기인데 그 안에서 야심과 정의감이 뒤섞인 복잡한 내면이 읽힌다. 백윤식의 이강희는 등장 자체가 불쾌한 인물인데, 그 불쾌함이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쌓인다는 게 더 소름 돋는다.
불편할 만큼 현실적인 구조

이 영화가 개봉 당시 화제가 됐던 이유 중 하나가 정치와 언론, 재벌의 유착 관계를 묘사하는 방식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점이었다. 허구의 이야기인데 실제 뉴스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이강희가 정치인이나 재벌과 관계를 관리하는 방식, 여론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묘사가 그렇다. 웹툰 원작의 설정을 영화가 꽤 충실하게 살렸고, 그 설정이 픽션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진다는 게 이 영화의 불편한 강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는 지점이 꽤 있었다. 권력이 어떻게 서로를 보호하고, 그 구조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장면들. 그게 영화적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불편했다. 그 불편함이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 스릴러가 아니라 뭔가를 건드리는 영화로 만드는 힘이다.
연출과 편집 - 감독판도 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버전이 극장판인지 감독판인지 확인하고 보는 게 좋다. 내부자들은 극장판(130분)과 감독판(171분) 두 버전이 존재하는데, 감독판에는 극장판에서 잘려나간 장면들이 꽤 많이 들어가 있다. 감독판이 인물들의 맥락을 더 풍부하게 보여준다는 평이 많아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감독판으로 보는 걸 권한다. 왓챠에도 서비스 중이니 두 플랫폼 중 구독 중인 곳에서 확인해보면 된다. LG U+ TV에서도 VOD로 볼 수 있으니 셋톱박스에서 직접 검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편집 리듬이 빠른 편이라 초반부터 정신을 차리고 봐야 한다. 인물이 많고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처음 30분 정도는 누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근데 그 복잡함이 후반부에 가서 하나씩 맞아떨어질 때 그 쾌감이 꽤 크다. 스릴러로서 구조 설계가 탄탄한 영화라는 게 이 부분에서 느껴진다.
아쉬운 부분과 개인적인 비평

마냥 좋았던 건 아니다.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건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걸렸다. 이엘이 연기한 캐릭터는 이야기 안에서 도구적으로 소비되는 느낌이 강한데, 그 설정을 영화가 아무런 의문 없이 가져간다. 2015년 영화니까 어느 정도 감안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지금 보면 그 부분만큼은 확실히 눈에 거슬린다.
그리고 결말이 너무 정리된 느낌으로 끝난다는 아쉬움도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쌓아온 불편함과 긴장감이 결말에서 조금 쉽게 해소되는 것 같은 느낌. 현실은 저렇게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린 결말이었으면 이 영화가 남기는 무게가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락영화로서의 만족감과 현실 비판으로서의 날카로움 사이에서 영화가 전자를 선택한 순간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 범죄 스릴러 중에서 꽤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인 건 맞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세 사람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고, 권력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이만큼 직접적으로 다룬 한국 영화가 많지 않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자리를 만들어준다. 넷플릭스나 왓챠 구독 중이라면 주말 저녁에 한 번쯤 틀어볼 만하다.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지만, 보고 나서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영화는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