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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 두 곳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 이런 영화가 있다. 딱히 극적인 사건이 없는데 보는 내내 마음이 조용히 흔들리는 영화. 브루클린이 그랬다. 웨이브에서 늦은 밤에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이상하게 괜찮다는 생각보다 먹먹하다는 느낌이 먼저 왔다. 1950년대 아일랜드 소녀 에일리스가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 브루클린으로 건너가는 이야기인데, 단순한 이민자의 성공담이 아니다. 떠나는 것과 남는 것,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리는 것과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감정선을 아주 조용하고 섬세하게 따라간다. 2015년 작품으로 존 크롤리 감독이 연출했고, 콜름 토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시얼샤 로넌이 에일리스를 연기했는데,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영화 기본 정보항목내용감독존 크롤리개봉연도2015.. 2026. 4. 29.
룸 - 4.5평이 세계의 전부였던 아이의 시선 넷플릭스에서 밤에 혼자 틀었다가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영화다. 미리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고 봤는데, 초반 설정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가슴이 조여드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다고 내내 무겁고 어둡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운 장면들이 더 많다. 2015년 개봉작으로, 레니 에이브럼슨 감독이 연출했고 엠마 도너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브리 라슨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당시 여덟 살이었던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연기도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감금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공포나 스릴러 쪽보다는 인간의 회복과 관계에 더 가까운 영화다. 다만 소재 자체가 불편한 건 사실이라, 보기 전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다.영화 기본 정보항목내용감독레니 에이브럼슨개봉연도.. 2026. 4. 28.
어느 가족 - 피 없이도 가족이 될 수 있는가 왓챠에서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처음 20분은 조금 지루했다.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데 그냥 일상이 이어지고, 이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도 잘 안 보이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화면에서 눈을 못 뗐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뭔가 크게 울컥한 것도 아닌데 그냥 일어나기 싫었다. 나중에 곱씹어보니, 이 영화가 던진 질문이 스크린 너머 내 쪽을 향하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게 뭔지, 나는 그걸 어떻게 정의하며 살아왔는지. 201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으로, 도쿄 외곽의 낡은 집에서 함께 사는 여섯 명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느린 영화다. 설명이 적고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2026. 4. 27.
택시운전사, 평범한 하루가 증언이 되는 순간 택시운전사는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이지만, 막상 보고 나면 거대한 시대 설명보다 한 사람의 표정이 더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손님을 태운 평범한 택시기사의 이야기처럼 시작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하루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그래서 더 아프게 들어왔다. 처음부터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이 아니라 생활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바로 그 평범함 때문에 영화의 변화가 더 크게 다가왔다. 광주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폭력과 침묵, 그리고 그 안에서도 서로를 챙기려는 사람들의 얼굴이 겹치면서 이 영화는 단순한 실화극을 넘어서게 된다. 보고 있는 동안에도 답답했지만, 다 보고 난 뒤에는 그 답답함이 더 오래 남았다. 택시운전사는 누군가의 희생을 소비하는 영화라기보다, 평범한.. 2026. 4. 26.
1987, 분노보다 먼저 밀려오는 숨 막히는 공기의 기록 1987은 결말을 알고 봐도 계속 긴장하게 되는 영화였다. 이미 어떤 시대였는지, 어떤 사건으로 기억되는지 알고 있는데도 막상 영화 안으로 들어가면 그 사실이 전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결과를 알기 때문에 더 답답했다. 누군가는 진실을 숨기려 하고, 누군가는 그걸 막으려 하고, 또 누군가는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에 점점 깊게 휘말린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민주화 운동을 설명하는 작품이라기보다, 한 시대의 공기가 어떻게 사람을 짓누르고 또 어떻게 끝내 움직이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감동적이었다기보다 숨이 막혔다. 잘 만든 실화극이라는 말보다, 보고 나면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는 영화라는 쪽이 더 맞았다.처음부터 답답했던 분위기초반부터 공기가 너무 무.. 2026. 4. 25.
파묘, 땅속에 묻힌 것보다 더 오래 남는 불안의 결 파묘는 처음부터 분위기로 밀어붙이는 영화였다. 무섭다기보다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는 쪽에 가까웠고, 뭔가 잘못 건드린 것 같은 불안이 초반부터 계속 따라붙었다. 소재만 보면 오컬트 영화인데, 막상 보고 나면 귀신이나 의식 자체보다 사람들 표정과 공간의 공기,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불길함이 더 오래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가 바로 그 점이었다. 자극적인 장면으로만 겁을 주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땅의 감각과 집안의 사연,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렸다는 기분을 아주 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보는 동안엔 계속 긴장했고, 다 보고 나서는 무섭다기보다 묘하게 무거웠다. 파묘는 단순히 무덤을 파내는 이야기라기보다, 이미 묻혀 있던 불안이 밖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였다.초반.. 2026.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