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결말을 안다. 이순신이 죽는다. 1598년 11월 19일 노량해협, 그게 역사가 기록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한 사람을 지켜보는 영화다. 그 사실이 영화 전체 감상 방식을 명량이나 한산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든다.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시작부터 김윤석이 화면에 나오는 순간 이상한 긴장감이 생겼다. 아, 이 사람은 이 영화 안에서 죽는구나. 그 감각이 152분 내내 배경처럼 깔려 있었다. 2023년 12월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편이다. 김윤석이 이순신을, 정재영이 명나라 도독 진린을, 백윤식이 일본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를 연기한다. 관객은 약 580만 명을 동원했다. 명량의 1761만, 한산의 726만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이 영화가 3부작의 마무리라는 점에서 그 숫자를 단순히 흥행 실패로 읽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볼 수 있는 곳
| 플랫폼 | 이용 방식 |
| 넷플릭스 | 월정액 구독 (광고형 포함) |
| 웨이브 | 월정액 구독 / 유료 대여 |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이순신 3부작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명량 → 한산 → 노량 순서로 보는 걸 강하게 권한다. 노량만 따로 보면 인물 관계와 맥락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각 앱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김윤석의 이순신 - 세 번째 해석이 선택한 것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주목하게 되는 건 김윤석이 이순신을 어떻게 연기했는가다. 명량의 최민식은 두려움을 안고 돌진하는 이순신이었고, 한산의 박해일은 냉정하게 설계하는 이순신이었다. 김윤석의 이순신은 다르다. 7년 전쟁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이다. 지쳐 있고, 무겁고, 그러면서도 어떤 선을 넘겠다는 결심이 이미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대사가 이 인물의 전부를 요약한다. 적이 도망가는 걸 그냥 놔두면 이 전쟁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집념. 그게 이 시기 이순신의 가장 핵심적인 감각이라고 생각하는데, 김윤석이 그걸 몸으로 담아낸다.
세 명의 배우가 같은 인물을 연기했는데, 흥미로운 건 세 편이 시간순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량(1597년)이 가장 나중 시기고, 한산(1592년)이 가장 이른 시기고, 노량(1598년)이 마지막이다. 그러니까 관객은 한산에서 젊고 냉정한 이순신을 보고, 명량에서 벼랑 끝에 몰린 이순신을 보고, 노량에서 마지막을 앞둔 이순신을 본다. 순서가 뒤섞여도 각 배우의 해석이 설득력 있는 건 각자가 그 시기에 맞는 이순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세 편을 다 보고 나면 이 삼각형이 완성되는 느낌이 있다.

진린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인물은 이순신이 아니라 진린이었다. 정재영이 연기한 명나라 도독 진린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인물이다. 적도 아니고 동지도 아닌 사람. 뇌물을 받고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 하면서도, 결국 이순신과 함께 싸우다 전투에서 아들을 잃는 사람. 그 모순이 이 영화를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닌 다른 것으로 만드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진린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순신처럼 완전히 헌신적이거나 시마즈처럼 완전히 적대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흔들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하는 인물. 그 선택이 영화 후반부에서 묵직하게 쌓인다. 진린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 영화의 감정선이 훨씬 단순해졌을 것이다. 정재영이 이 역할을 맡은 게 이 영화의 가장 잘 된 캐스팅 결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반면 백윤식이 연기한 시마즈는 아쉽다. 강렬한 비주얼과 존재감을 갖고 있는데, 그 인물이 왜 이 전투에 나왔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가 충분히 그려지지 않는다. 적장에게도 서사가 있어야 이순신의 싸움이 더 의미 있어지는데, 시마즈는 그 부분이 약하다. 류승룡의 구루지마(명량)가 죽은 형을 위해 싸우는 인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더 크다.

3부작의 마지막으로서, 그리고 이 영화 단독으로서
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다. 3부작을 전부 보고 온 사람에게는 이 영화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10년에 걸친 프로젝트의 마무리, 세 명의 이순신이 결국 한 인물로 수렴되는 순간. 그 감각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더 무겁게 만든다. 이순신의 마지막 대사가 변형되어 제시되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선택이다. "싸움이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 이 대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인데, 직접 보기를 권한다.
다만 이 영화만 따로 봤을 때는 152분이 꽤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초반부에 3국의 관계를 설명하는 구간이 복잡하게 느껴지고, 해전 장면들이 명량의 61분 집중 해전과 달리 여러 구간으로 나뉘어 있어서 리듬이 분산된다. 이 영화의 해전은 명량보다 스케일이 크지만 집중도는 낮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또 3부작이 모두 넷플릭스에 있으니, 명량과 한산을 먼저 보고 노량을 보는 순서가 이 영화를 가장 풍부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혼자 조용히 볼 때 더 잘 맞는 영화다. 이순신이 마지막으로 서 있는 그 장면에서, 생각할 공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