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이것저것 고르다가 별생각 없이 틀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이 영화는 뭔가를 설명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그냥 한 여자가 밴을 타고 미국 서부를 떠돌며 살아가는 모습을 따라갈 뿐이다. 근데 그게 보는 내내 이상하게 눈을 못 떼게 만든다. 2020년 작품으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했고, 제시카 브루더의 논픽션 책을 원작으로 한다.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주인공 펀을 연기했는데,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감독도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받으며 그해 아카데미를 사실상 석권했다. 화려한 수식어들과 달리 영화 자체는 굉장히 조용하고 느리다. 그 조용함 안에 꽤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영화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감독 | 클로이 자오 |
| 개봉연도 | 2020년 |
| 장르 | 드라마 |
| 러닝타임 | 108분 |
| 원작 | 제시카 브루더 논픽션 동명 책 |
| 주요 출연 | 프란시스 맥도먼드, 데이빗 스트라탄 |
| 수상 | 제93회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수상 |
집에서 볼 수 있는 곳
2020년 작품이라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 중이고, 아래 플랫폼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각 앱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 플랫폼 | 이용 방식 | 비고 |
| 디즈니플러스 | 월정액 구독 | 구독 중이면 추가 비용 없음 |
| 왓챠 | 월정액 구독 | 구독 중이면 추가 비용 없음 |
| 웨이브 | 월정액 구독 | 요금제에 따라 상이 |
| 쿠팡플레이 | 쿠팡 로켓와우 회원 | 와우 구독 포함 |
| LG U+ TV | IPTV VOD | 개별 구매 또는 월정액 패키지 |
이 영화는 큰 화면보다 조용한 환경이 더 잘 맞는다. 밤에 혼자 불 끄고 보는 게 이 영화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 주변이 조용할수록 영화 안의 공간감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극영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실제 노마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비전문 배우로 함께 출연시켰고, 미국 서부의 실제 광야와 캠핑장, 아마존 물류창고 같은 공간에서 찍었다.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 같은 질감이 있다. 핸드헬드 카메라가 인물을 쫓는 장면들, 대사 없이 풍경만 담기는 장면들, 자연광으로만 찍은 듯한 색감. 이 모든 것이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음악도 인상적이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작곡한 피아노 선율이 중간중간 흐르는데, 과하게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억지로 슬프게 만들거나 숭고하게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이 영화 전반에 걸쳐 일관된 태도다.
펀이라는 인물 -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연기
펀은 남편을 잃고, 살던 마을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밴 한 대에 짐을 싣고 떠돌기 시작한다. 이 설정만 보면 상실과 슬픔의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영화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펀은 자신의 선택을 비극으로 보지 않는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 태도가 어디까지 자발적인 선택이고 어디까지 도피인지를 영화는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걸 판단하지 않고 그냥 보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실제로 노마드 생활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게 티가 난다. 억지로 만들어낸 감정이 없다. 광야 한가운데서 혼자 서 있는 장면, 낯선 사람들과 모닥불 앞에 둘러앉은 장면, 어두운 밴 안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 어느 것 하나 과장이 없는데 전부 기억에 남는다. 아카데미 수상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남은 질문들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질문이 있었다. 한 곳에 정착하는 삶과 계속 떠도는 삶 중에 어느 쪽이 더 자유로운가. 펀이 만나는 노마드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그 생활을 선택했는데, 어떤 사람은 정말 자유롭게 보이고 어떤 사람은 그냥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 경계가 흐릿하다는 게 이 영화의 현실성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가 미국 사회의 경제적 구조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펀 같은 삶이 개인의 선택으로만 읽힐 수도 있는데, 그게 실은 시스템의 실패와도 연결된다는 지점을 영화가 다소 부드럽게 처리한다. 시적이고 아름답게 담아냈다는 건 맞는데, 그 아름다움이 불편한 현실을 조금 가린다는 느낌은 끝까지 지우기 어려웠다.
| 이 영화와 잘 맞는 사람 | 이 영화와 맞지 않는 사람 |
| 느리고 관조적인 영화를 즐기는 편 | 명확한 사건과 갈등 구조를 선호하는 편 |
| 자연 풍경과 공간감을 중시하는 편 | 빠른 전개와 대사 중심의 이야기를 원하는 편 |
| 다큐멘터리 같은 질감의 영화에 익숙한 편 | 감정을 직접적으로 풀어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 |
| 혼자 조용히 집에서 보는 걸 선호하는 편 | 보고 나서 기분 가볍게 끝내고 싶은 편 |
위에 정리한 플랫폼 중 구독 중인 곳이 있다면 한 번쯤 볼 만하다. 보고 나서 바로 다른 걸 틀기 싫어지는 영화다. 그냥 잠깐 그 광야 안에 더 있고 싶어지는 느낌이랄까. 여운이 꽤 길게 남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