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챠에서 다시 봤다. 처음 봤을 때가 초등학교 때였는데, 그때는 그냥 울면서 봤다. 다시 보니까 이 영화가 왜 오래 기억에 남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지금 보면 달리 읽히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2005년 정윤철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이 주연이다. 527만 관객을 동원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년 배형진 씨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스무 살 초원이가 마라톤 서브쓰리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의 진짜 중심은 마라톤이 아니라 엄마와 아들이다.
조승우가 이 역할로 무엇을 보여줬는가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조승우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조승우는 뮤지컬 배우로 더 알려져 있었는데, 이 영화 이후 영화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과제인데, 조승우는 그걸 과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소화했다. 초원의 말투, 걸음걸이, 표정, 특정 상황에서의 반응. 이 모든 걸 몸에 체화해서 연기한 게 느껴진다. 특히 음악이 나올 때 막춤을 추는 장면이나, 아무 데서나 방귀를 뀌는 장면들이 웃기면서도 이 사람이 진짜 초원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게 조승우의 공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자폐성 장애를 가진 실제 당사자를 비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는 그 부분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당사자성에 대한 논의가 훨씬 활발해졌다. 그 맥락을 알고 보면 이 영화를 단순히 감동으로만 소비하기 어려운 지점이 생긴다. 조승우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것과, 그 연기 방식 자체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건 동시에 성립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왓챠에서 구독으로 볼 수 있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TV에서는 유료 구매나 대여도 가능하다.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이 영화의 진짜 중심 - 엄마 경숙
말아톤이라는 제목 때문에 초원의 달리기 이야기로만 읽힐 수 있는데, 다시 보면 이 영화의 진짜 중심은 엄마 경숙이다. 김미숙이 연기한 경숙은 초원을 위해 모든 걸 바친 사람인데, 그 헌신이 어느 순간 집착의 경계에 있다는 게 드러난다. 코치 정욱이 "자식 사랑과 집착을 착각하지 말라"고 할 때, 경숙이 아무 말도 못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초원을 위한다는 게 진짜 초원을 위하는 건지, 아니면 경숙 자신을 위한 건지라는 질문이 그 장면에서 터진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가장 달리 읽혔던 부분이 경숙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헌신적인 엄마로만 보였는데, 다시 보니 경숙 자신의 상처와 욕망이 초원을 통해 표출되는 장면들이 보였다. 그게 이 영화를 단순한 감동 실화가 아니라 복잡한 인간 이야기로 만드는 부분이다. 초원이 코치 정욱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과정,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경숙의 표정이 함께 쌓이면서 이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실화라는 것, 그리고 지금 보는 것
이 영화의 원형이 된 배형진 씨는 실제로 2001년 춘천 마라톤에서 서브쓰리를 기록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개인 코치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초원의 달리기 능력과 그 성취는 실제다. 영화 마지막에 자막으로 배형진 씨가 이후 철인 3종 경기도 완주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자막이 감동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쓰인다. 실화 기반 영화의 그 자막이 주는 효과를 이 영화가 잘 활용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중반부에서 감동을 억지로 쌓으려는 구간이 보인다. 신파적인 장면들이 일부 있어서, 절제됐으면 더 강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있다. 달리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사람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그게 주는 감각은 단순한 신파와 다른 무언가다. 왓챠 구독 중이라면 한 번쯤 꺼내볼 만한 영화다. 처음 봤을 때와 두 번째가 다르게 읽히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