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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 1761만이 봤다는 사실과 내가 느낀 것 사이

by woohss003 2026. 5. 20.

영화 '명량' 공식 포스터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다. 2014년 여름이었고,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라는 기록은 그 이후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다시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처음 봤을 때와 두 번째 볼 때 느낌이 꽤 달랐다. 처음엔 그냥 압도됐다면, 다시 보니까 이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 동시에 어디서 무너지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2014년 김한민 감독의 작품으로 최민식이 이순신을, 류승룡이 구루지마를 연기한다. 한산: 용의 출현의 전작이자 이순신 3부작의 시작점이다.

볼 수 있는 곳

플랫폼 이용 방식 비고
넷플릭스 월정액 구독 광고형 요금제 포함
왓챠 월정액 구독 구독 중이면 추가 비용 없음
티빙 월정액 구독 요금제에 따라 상이
웨이브 유료 대여 개별 결제 필요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최민식의 이순신 - 이 영화가 지탱되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에서 최민식 말고 오래 기억에 남는 인물이 거의 없다. 나머지 캐릭터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최민식의 이순신이 너무 강렬해서 나머지가 상대적으로 흐릿해진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두려움을 안고 나아가는 과정을 최민식은 몸 전체로 표현한다. 대사보다 표정, 표정보다 자세와 눈빛으로 더 많은 걸 전달하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그게 극단까지 발휘된다. 대장선에 홀로 서서 적선 133척을 마주하는 장면에서의 그 무게감. 그게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아니었으면 절반도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반면 류승룡이 연기한 구루지마는 이 영화에서 가장 저평가된 존재라고 생각한다. 적장인데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죽은 형의 위패를 모시고 나온 사람, 자기 나름의 복수와 명예가 있는 인물이다. 류승룡이 그 인물을 꽤 입체적으로 소화했는데, 영화의 편집과 구성 때문에 그 깊이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다. 구루지마가 더 많이 그려졌으면 해전 클라이맥스가 훨씬 더 무게감 있었을 것이다.

불꽃과 연기가 가득한 해전 한복판에서 이순신이 갑옷을 입은 채 피 묻은 검을 들고 앞을 응시하는 장면

61분 해전 - 이 영화의 핵심이자 한계

명량의 해전 장면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 61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해전을 보여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물살의 흐름을 전술로 활용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거북선도 없고 병사도 부족하고 의지도 꺾인 상황에서 지형이 유일한 무기가 되는 그 설계가 영화 안에서 납득되게 그려진다. 이 영화가 1761만 명을 동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이 해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해전 장면이 이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인물의 시점이 뒤섞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간이 생긴다. 이건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당시에도 많이 지적됐던 부분이다. 특히 민초들의 이야기와 이순신의 이야기, 구루지마의 이야기가 계속 번갈아 나오면서 감정의 집중이 흐트러지는 지점이 있다. 해전을 61분 동안 보여준다는 건 훌륭한 도전이었지만, 그 안에서 시점을 너무 많이 쪼갠 건 개인적으로 아쉬운 선택이었다.

명량 해협에 수십 척의 전함이 빼곡히 늘어선 해전 전경 장면, 조선 수군의 대장선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흥행 1위와 완성도 사이의 거리

이 영화가 1761만을 동원한 역대 1위라는 사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이게 이 영화가 완성도 1위라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14년 여름이라는 시점, 이순신이라는 소재, 당시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도자와 국가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져 있던 시기에, 진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이 영화가 그 감각을 건드렸을 것이다. 영화의 내용이 시대의 감정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경우라고 본다. 그게 흥행이 영화의 질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고, 동시에 영화가 시대와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해 과대평가됐다는 의견도 있고 그 흥행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다. 나는 그 둘 다 일부씩 맞다고 생각한다. 최민식의 이순신, 해전의 완성도, 두려움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분명히 뛰어나다. 동시에 전반부의 구성이 산만하고, 신파가 과하고, 조연 캐릭터들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정당하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에서 이만한 해전을 만들어낸 영화가 없다는 건 사실이다. 한산까지 이어서 보면 이 영화가 3부작의 시작점으로서 왜 명량 해전을 선택했는지 더 잘 이해된다. 가장 극적인 역전의 순간으로 시리즈를 여는 것,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위에 정리한 플랫폼 구독 중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다. 한산을 먼저 봤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같은 인물을 다른 배우가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는 게 얼마나 흥미로운 경험인지 느낄 수 있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인 노량까지 보면 한 인물의 일생을 영화로 따라가는 독특한 경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