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챠에서 감독판으로 봤다. 극장판보다 14분 더 길고 경찰서 심문 장면이 추가돼 있는데, 그 장면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크다. 처음 봤을 때는 불편했다. 뱀파이어라는 설정, 신부라는 직업, 그 두 가지가 충돌하면서 만드는 것들이 이 영화 내내 너무 노골적이었기 때문에. 근데 두 번째로 봤을 때는 그 불편함이 이 영화의 목적이라는 게 보였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의 작품으로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이 주연이다. 국내 224만 관객.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원작으로 한다.
왓챠와 티빙에서 볼 수 있어요
왓챠에서는 감독판(147분)과 극장판(133분) 모두 서비스 중이다. 티빙에서는 PC·모바일에서 극장판으로, 스마트TV에서 감독판으로 서비스된다. 성인 인증이 필요한 플랫폼도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성적인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이 상당히 수위 높게 담겨 있는 영화라 그 점은 미리 알고 보는 게 좋다. LG U+ TV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태주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박쥐고 포스터는 송강호의 상현 중심이고, 상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처음엔 이 영화가 상현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근데 다시 보면 이 영화의 진짜 동력은 김옥빈이 연기한 태주다. 상현이 욕망과 신앙 사이에서 흔들린다면, 태주는 처음부터 명확하다. 억눌려 있던 것들이 기회를 만나자 폭발하는 사람. 태주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리고 상현이 그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이 영화의 축이다. 김옥빈이 이 역할을 연기한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는다. 섬세하거나 감추는 연기가 아니라, 아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 연기다.
송강호의 상현은 이 영화에서 어려운 위치에 있는 캐릭터다. 비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진지하면서도 처량하다. 그 복잡한 온도를 송강호가 소화하는 방식이 인상적인데, 개인적으로 송강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 역할이 가장 넓은 스펙트럼을 요구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신앙으로 욕망을 억누르려 하다가 결국 무너지는 과정, 그 무너짐이 웃기면서 슬프게 설계된 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박찬욱이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
박찬욱 감독은 종교적이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감독이 신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든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다. 신앙은 욕망을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사람이 가장 강한 욕망 앞에 놓였을 때 어떻게 되는가. 뱀파이어라는 설정이 그 욕망을 극단화한다.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는 몸, 살인을 원치 않는 신앙. 그 충돌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게 이 영화의 전략이다. 그리고 그 충돌이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 구조와 만난다. 억압된 환경에서 욕망이 폭발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가라는 원작의 질문이 이 영화 안에서 뱀파이어 설정과 결합한다.
이 영화에서 파란 색조가 많이 사용된다는 게 잘 알려진 사실인데, 박찬욱 감독이 파란색을 싫어한다는 것도 함께 알려져 있다. 싫어하는 색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는 것. 이 영화에서 파란빛이 감도는 장면들이 어떤 감정과 연결되는지를 생각하면서 보면 조금 다르게 읽힌다.

이 영화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
박쥐는 취향을 많이 타는 영화다. 수위 높은 장면들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진입이 어렵다. 뱀파이어라는 장르 설정을 납득하지 못하면 이야기가 공중에 뜬다. 그리고 명확한 서사 해소보다 감각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영화라 뭔가 딱 정리되기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불만스럽게 끝날 수 있다.
반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혹은 장르 영화를 영상미와 감각으로 소비하는 취향이라면 이 영화가 잘 맞을 것이다. 칸 심사위원상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게 영화 전체의 구성을 보면 느껴진다. 나홍진의 추격자, 곡성과 함께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한국 영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왓챠 구독 중이라면 감독판으로 보는 걸 권한다. 경찰서 장면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태주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