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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 용량을 설계 초반에 먼저 잡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됩니다. 변압기 용량은 건물에 설치되는 모든 전기 부하가 확정돼야 산정할 수 있는 값입니다. 전등·전열 평면도, 분전반 결선도, 동력 부하까지 전부 나와야 분전반별 부하 합계가 나오고, 그 합계를 기반으로 수용률·부등률·역률·여유율을 적용해야 최종 변압기 용량이 결정됩니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감으로 변압기 용량을 먼저 잡으면 나중에 반드시 수정하게 됩니다. 저도 경험으로 그 과정을 겪었습니다.
변압기 용량 산정 전 선행 조건 — 모든 도면이 먼저다
변압기(Transformer)란 교류 전압을 다른 전압으로 변환해 전력을 공급하는 정지형 전기 기기를 의미합니다. 건물의 수변전 설비에서 한전으로부터 받은 고압(22.9kV)을 저압(220V·380V)으로 변환하는 핵심 기기입니다. 변압기 용량(kVA)은 이 기기가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 크기를 나타내며, 용량이 부족하면 과부하로 변압기가 손상되고 용량이 너무 크면 불필요한 설비비 증가와 단락전류 상승 문제가 생깁니다.
변압기 용량을 산정하려면 건물 전체 분전반의 부하 합계가 먼저 나와야 합니다. 전등 평면도의 조명 부하, 전열 평면도의 콘센트 부하, 기계설비 동력 부하, 소방 설비 전원 부하까지 빠짐없이 집계해야 합니다. 어느 한 파트 데이터가 빠진 상태에서 변압기 용량을 선정하면 나중에 동력 부하가 추가되거나 조명 수량이 바뀔 때 변압기를 더 큰 용량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저는 모든 분전반 결선도가 완성된 뒤에야 변압기 용량 계산서 작성을 시작합니다.
수용률·부등률·역률 — 세 가지가 변압기 용량을 결정한다
전체 부하 설비용량 합계를 그대로 변압기 용량으로 쓰면 실제보다 훨씬 큰 변압기가 필요해집니다. 건물 안의 모든 전기 기기가 동시에 최대 전력으로 가동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간격을 줄여주는 개념이 수용률과 부등률입니다. 수용률(Demand Factor)이란 부하 설비용량의 합계에 대한 최대수요전력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사무소 건물의 조명·콘센트 부하는 통상 수용률 0.7~0.8을 적용합니다. 동력 부하는 운전 시간대를 감안해 0.6~0.8 범위에서 적용합니다.
부등률(Diversity Factor)이란 각 부하의 최대수요전력 합계와 실제 합성 최대수요전력의 비를 나타내는 값으로, 항상 1 이상입니다. 각 부하가 최대 전력에 도달하는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실제 합성 최대수요전력은 각 최대수요전력을 단순 합산한 것보다 작습니다. 부등률을 크게 잡을수록 변압기 용량이 작아집니다. 역률(Power Factor)이란 피상전력에 대한 유효전력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동력 부하는 역률이 낮아(0.8~0.9) kW를 kVA로 환산할 때 역률을 나눠줘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적용한 최대수요전력을 역률로 나눠 kVA 값을 구하는 것이 변압기 용량 계산의 핵심입니다.

여유율과 표준 용량 선정 — 계산값 그대로 쓰면 안 된다
수용률·부등률·역률을 적용해 최종 kVA 값이 나왔다고 해서 그 값 그대로 변압기를 선정하면 안 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여유율입니다. 변압기는 장래 부하 증가를 감안해 현재 산출된 용량보다 여유 있게 선정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통용되는 기준은 변압기 부하율을 60~80% 범위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즉 계산된 최대수요전력이 변압기 정격 용량의 80%를 넘지 않도록 선정해야 합니다. 80%를 초과하면 여름철 냉방 부하 집중 시 과부하 위험이 높아집니다. 저는 계산 결과에 1.2~1.25배 여유율을 곱해 선정 용량을 먼저 구하고, 그 값 이상의 표준 용량을 선택하는 방식을 씁니다.
둘째, 변압기는 표준 용량 단위로만 제조됩니다. 계산값이 237kVA가 나왔다면 300kVA 또는 그 아래 표준 용량 중 선택해야 합니다. 국내 표준 변압기 용량은 50·75·100·150·200·300·500·750·1000kVA 등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계산값 이상의 바로 위 표준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변압기 용량을 과도하게 크게 잡으면 2차측 단락전류가 상승해 차단기·케이블 규격도 함께 올라가는 연쇄 영향이 생기므로 필요 이상으로 키우지 않아야 합니다.
변압기 용량 계산서 작성과 실무 주의사항
변압기 용량 계산서(Transformer Capacity Calculation Sheet)는 부하 집계표와 함께 감리 제출 서류에 포함되는 필수 문서입니다. 계산서에는 분전반별 부하 용량, 수용률 적용 근거, 최대수요전력 산출 과정, 역률 적용값, 최종 변압기 용량 선정 근거가 담겨야 합니다. 계산서 없이 도면에 변압기 용량만 기재하면 감리에서 선정 근거를 요청합니다. 저도 초반에 계산서를 생략했다가 감리에서 지적받고 뒤늦게 작성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로는 변압기 용량 확정과 동시에 계산서를 작성해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변압기를 전등용과 동력용으로 분리하는 경우입니다. 대형 건물에서는 조명·콘센트 부하(전등 변압기)와 동력 부하(동력 변압기)를 별도 변압기로 분리 구성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 경우 각 변압기의 부하를 별도로 집계해 용량을 산정해야 하고, 단선결선도에 두 변압기가 각각 표기돼야 합니다. 기계설비 동력 데이터가 늦게 들어오는 경우 동력 변압기 용량은 잠정 처리로 표기해두고 확정 후 반영하는 방식을 씁니다.
변압기 용량 선정은 전체 전기 설계의 결론을 내리는 작업입니다. 부하 집계가 정확해야 용량이 맞고, 수용률·여유율을 제대로 반영해야 과부하와 과설계를 동시에 피할 수 있습니다. 계산서 한 장이 감리 대응을 수월하게 만들고, 나중에 설비 증설이나 유지관리 시에도 근거 자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