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서 봤다. 이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걸 알고 보는 사람과 모르고 보는 사람이 꽤 다른 경험을 할 것 같다. 나는 알고 봤는데, 그게 영화를 더 묵직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반대로 특정 장면에서 감정이 앞서는 부분도 있었다. 2013년 양우석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이 출연한다. 개봉 당시 1,137만 관객을 동원했다.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데, 시대극이지만 지금 봐도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게 이 영화의 불편한 힘이다.
돈 버는 변호사에서 사람을 위한 변호사로
이 영화의 서사는 한 인물의 변화다. 송우석은 처음엔 돈이 전부인 세무 변호사다. 빽도 없고 가방끈도 짧지만 탁월한 사업 수완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 그런 그가 단골 국밥집 아들이 간첩으로 몰려 구치소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변호를 맡는다. 처음엔 그냥 아는 사람 도와주는 정도의 마음이었는데, 구치소에서 진우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그 장면 이후부터 영화의 무게가 달라진다.
송강호가 이 역할을 연기하는 방식이 좋다. 처음의 송우석은 밉상에 가깝다. 돈 냄새 잘 맡고, 눈치 빠르고, 남들 시선 신경 쓰는 사람. 그 사람이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을 억지로 감동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냥 상황에 부딪히면서 바뀐다. 그 변화가 설득력이 있어서 나중에 법정 장면에서 감정이 움직이는 게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법정 장면이 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
법정 영화에서 법정 장면이 지루하면 영화 전체가 무너진다. 변호인은 그 장면들이 꽤 잘 만들어져 있다. 송우석이 증인을 심문하는 장면, 국가보안법의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법정 안에서 충돌시키는 방식. 딱딱하게 설명하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과 충돌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곽도원이 연기한 차동영과의 법정 대결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구간이다. 곽도원이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방식이 악하다기보다 시스템에 충실한 사람처럼 그려져서 오히려 더 불편하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고, 애플TV에서는 유료 구매도 가능하다.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다만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남은 것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와 지금 다시 봤을 때가 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엔 주로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다시 보니 영화가 얼마나 촘촘하게 짜여 있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다. 국밥집 장면, 구치소 면회 장면, 법정 장면 사이의 연결이 생각보다 훨씬 세심하다. 송우석이 처음 구치소에서 진우를 보는 장면이 나중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고 보면 초반부터 다르게 읽힌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마지막 장면이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있다. 감정을 확실하게 마무리하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 직전까지 절제된 방식으로 쌓아온 감정에 비해 마지막이 좀 더 직접적으로 끌어낸다는 느낌이 있다. 그 부분만 아쉬웠고, 나머지는 한국 사회 드라마 중에서 완성도 있는 편에 속하는 영화다. 실화 기반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실화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보면 영화가 다르게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