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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 피 없이도 가족이 될 수 있는가

by woohss003 2026. 4. 27.

왓챠에서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처음 20분은 조금 지루했다.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데 그냥 일상이 이어지고, 이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도 잘 안 보이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화면에서 눈을 못 뗐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뭔가 크게 울컥한 것도 아닌데 그냥 일어나기 싫었다. 나중에 곱씹어보니, 이 영화가 던진 질문이 스크린 너머 내 쪽을 향하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게 뭔지, 나는 그걸 어떻게 정의하며 살아왔는지. 201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으로, 도쿄 외곽의 낡은 집에서 함께 사는 여섯 명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느린 영화다. 설명이 적고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기본 정보

"어느 가족" 영화 공식 포스터 사진

항목 내용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개봉연도 2018년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21분
수상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주요 출연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

왓챠로 본 영화 - 집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

어느 가족은 2018년 작품이라 지금은 극장에서 볼 수 없고, 스트리밍으로 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왓챠에 있어서 거기서 봤는데, 솔직히 이 영화는 극장보다 집에서 혼자 보는 환경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조용한 공간에서 방 불 끄고 보면 장면 하나하나가 훨씬 깊이 들어온다. 잔잔하고 느린 호흡의 영화라, 주변에 소음이 있거나 같이 보는 사람이 있으면 흐름이 자꾸 끊기는 느낌이 날 수 있다.

플랫폼 이용 방식 비고
왓챠 월정액 구독 구독 중이면 추가 비용 없음
웨이브 월정액 구독 요금제에 따라 상이
네이버 시리즈온 개별 대여 / 구매 대여 기준 약 1,000~2,500원대
구글 플레이 / 애플 TV 개별 대여 / 구매 HD 화질 지원

 

플랫폼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 최신 여부는 각 앱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스트리밍으로 보면 중간에 멈추고 되감을 수 있다는 게 이런 영화에서는 오히려 장점이다. 실제로 몇 장면은 다시 돌려봤다. 처음 지나칠 땐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두 번 보니까 전혀 다른 장면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저녁 백열등 아래 낡은 다다미방, 먹다 남긴 그릇과 생활 짐들이 가득한 좁고 낡은 일본 주택 내부

말보다 장면이 더 많이 말하는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방식은 일관된다. 인물이 무엇을 느끼는지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이 있는 공간을 오래 비춘다. 낡은 다다미방, 밥상 위의 그릇들, 여름 바다. 대사 없이 흘러가는 장면이 많고, 보는 동안엔 별 생각 없이 지나칠 수 있는데 나중에 돌아보면 그 장면들이 제일 오래 남아 있다.

가장 오래 남은 건 할머니 하츠에가 혼자 툇마루에 앉아 골목 쪽을 바라보던 뒷모습이었다. 대사도 없고 특별한 사건도 없는 장면인데 이상하게 계속 떠올랐다. 그 장면이 뭘 말하는지는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조금 윤곽이 잡혔다. 그리고 쇼타가 어떤 결심을 하고 난 직후의 표정. 그 표정도 말이 없는데, 그 안에 엄청 많은 게 담겨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된다. 두 번 보면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장면들이 완전히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영화다.

아쉬운 점도 있다. 노부요와 사요리의 관계는 후반부에 꽤 중요하게 건드려지는데, 충분히 풀리지 않은 채 빠르게 지나간다.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이 가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와 연결되는 흥미로운 축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조금 아깝다는 느낌이 남았다. 유리가 이 가족에 들어오게 되는 과정도 도덕적으로 복잡한 지점인데 영화가 끝까지 모호하게 처리한다. 의도한 여백인지 편집에서 잘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가족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들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내 이야기가 겹쳐서 보였다. 피로 이어진 관계인데도 불편하고 낯선 사이가 있었고, 반대로 아무 연고 없이 만났는데 훨씬 의지가 됐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영화의 설정이 특이하거나 과장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에서 충분히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영화는 이 가족을 좋게만 그리지 않는다. 절도가 생계 수단이고, 아이를 데려오는 방식도 법 바깥이다. 그걸 감추거나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만들어진 관계가 진짜라는 걸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들고 있는 채로 끝까지 어느 쪽도 내려놓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말의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는 질문을 영화는 끝끝내 답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주고 끝낸다. 그 여지가 보고 난 뒤에도 한동안 생각을 잡아둔다.

이런 사람에게 잘 맞는 영화

잘 맞는 관객 덜 맞는 관객
느리게 쌓이는 영화를 즐기는 편 빠른 전개와 사건 중심 서사를 선호하는 편
설명 없이 여백을 읽는 걸 좋아하는 편 인물 감정이 직접 설명되길 바라는 편
혼자 조용히 집에서 보는 걸 선호하는 편 같이 보며 실시간으로 반응 나누는 걸 좋아하는 편
일본 영화 특유의 호흡에 익순한 편 명쾌한 결말과 깔끔한 마무리를 기대하는 편

 

보고 나서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 영화다. 같이 보기보다는 각자 보고 나서 얘기하는 방식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왓챠 구독 중이라면 한 번 틀어볼 만하다. 121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생각보다 더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끝나고 나면 뭔가 한 가지쯤 오래 머무는 게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