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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매주 목요일 한 시간이 두 사람을 바꾼 방식

by woohss003 2026. 5. 30.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식 포스터

왓챠에서 봤다. 보기 전에 무거울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까 그 무거움이 예상과 조금 달랐다. 슬픔보다 조용함이 먼저였다. 2006년 송해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이나영과 강동원이 주연이다. 361만 관객을 동원했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한 부잣집 여성 유정이 고모 수녀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가게 되고, 사형을 앞둔 사형수 정윤수와 매주 목요일 한 시간씩 만나면서 변해가는 이야기다. 두 사람 모두 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영화가 쌓인다.

이나영과 강동원이 만드는 것

교도소 면회실에서 유정과 정윤수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장면

이 영화에서 이나영의 유정은 날카롭게 시작한다. 교도소에 오는 것도, 정윤수를 만나는 것도 다 내키지 않는다는 게 표정에서 읽힌다. 그 방어막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과정을 이나영이 섬세하게 쌓는다. 감정을 한 번에 터뜨리지 않고, 면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표정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강동원의 정윤수는 반대로 처음에는 닫혀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 사람도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는 시간이 있다. 두 사람이 각자의 방어막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게 천천히 풀리는 구조가 이 영화를 단순한 멜로와 다르게 만드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두 사람이 처음으로 웃는 순간이었다. 그 웃음이 어떤 장면에서 나오는지는 직접 보는 게 맞다. 그 전까지 쌓인 무게가 있어서 그 순간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거라, 미리 알고 보면 효과가 줄어든다.

현재 왓챠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웨이브에서는 유료 대여도 가능하다.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이 영화가 사형제도를 다루는 방식

이 영화는 사형제도에 대한 직접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다. 정윤수가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이 어떻게 거기까지 오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게 이 영화가 사형제도에 대한 시각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그 질문을 관객에게 남기는 방식이다. 보고 나서 사형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이 사람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그 질문이 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원작 소설은 이 부분을 훨씬 직접적으로 다룬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은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입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영화는 그보다 감정의 영역에 더 집중한다. 그 선택이 더 많은 관객에게 닿을 수 있게 하는 방향이었겠지만, 동시에 원작의 날카로움이 희석된 부분이기도 하다. 소설을 먼저 읽은 사람이라면 영화가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지금 보면 달라지는 것들

눈이 내리는 야외에서 유정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고 뒤편으로 정윤수가 거리를 두고 홀로 서 있는 장면


2006년 영화인데 지금 봐도 낡지 않은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기를 포기하려 했다는 설정,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다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이게 시대를 타지 않는 이야기다. 어떤 형태로든 살고 싶지 않다는 감각을 가져본 적 있는 사람에게 이 영화가 다르게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그 감각을 설명하거나 해소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이라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후반부에서 감정 신파가 조금 과해지는 구간이 있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면서 억지로 끌어내려는 장면들이 있어서, 그전까지 쌓아온 절제가 조금 흐트러지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왓챠나 웨이브에 있는 동안 한 번쯤 볼 만하다. 무거운 영화인 건 맞다. 다만 그 무거움이 불쾌하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는 방식이라, 감당할 수 있는 날 혼자 보는 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