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봤다. 2017년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 작품이고, 선천성 안면 기형을 가진 열 살 소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이야기다. 스티븐 크보스키가 월플라워를 연출한 감독이라는 걸 알고 봤는데, 두 영화 사이에 공통된 감각이 있다. 성장기 아이들의 내면을 섣불리 정리하거나 교훈으로 마무리 짓지 않으려는 태도. 원더는 표면적으로는 따뜻하고 밝은 가족 영화처럼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꽤 여러 층위의 이야기가 겹쳐 있다. 그걸 알고 보면 이 영화가 단순한 감동 드라마와 어떻게 다른지가 보인다.
어기만의 이야기가 아닌 구조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건 서사 구조 자체다. 어기의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는 중간중간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친구 잭 윌(노아 주프), 비아의 친구 미란다 시점으로 전환된다. 각각의 챕터가 같은 시간대를 다른 시선으로 다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구조가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다가, 뒤로 갈수록 이 영화가 왜 이 방식을 선택했는지가 분명해진다.
어기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가족 안에서, 누나 비아가 얼마나 조용히 혼자 많은 것들을 감당해왔는지가 그녀의 챕터에서 드러난다. 어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기가 지워지는 느낌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아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가장 덜 주목받는 부분이면서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중심에 두는 가족 이야기에서 형제자매가 느끼는 감정을 이렇게 정직하게 담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 선택이 이 영화를 단순한 어기의 성공 서사에서 끌어올리는 지점이다.

제이콥 트렘블레이와 분장의 문제
어기 역의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분장을 하고 연기한다. 특수 분장이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그 분장 위에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도 눈빛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로 감정을 충분히 전달한다. 특히 처음 학교에 가는 날 아침의 복도 장면, 급식실에서 혼자 앉아있는 장면들에서 대사 없이도 그 순간의 감각이 그대로 전해진다. 룸(2015)에서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배우가 나이에 비해 감정의 밀도를 다루는 방식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이 영화에서도 들었다.
줄리아 로버츠와 오웬 윌슨이 부모로 나오는데, 두 사람 모두 생각보다 절제된 연기를 한다. 특히 줄리아 로버츠의 엄마 이사벨은 강인하면서도 어딘가 지쳐 있는 인물인데, 그 피로를 드러내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균형을 잘 잡는다. 오웬 윌슨은 가볍고 유머러스한 아빠처럼 보이지만, 어기와 단둘이 있는 장면에서 그 가벼움 아래 뭔가가 있다는 게 보인다. 감정적으로 무거운 영화에서 이 두 배우가 과하게 울거나 무너지지 않는다는 게 이 영화의 톤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선의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주인공이 너무 완벽하게 선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너무 쉽게 감화되거나, 갈등이 예쁘게 해소되는 방식이다. 원더는 그 함정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조금 매끄럽게 흘러가고, 몇몇 갈등이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된다. 줄리안이라는 가해자 캐릭터도 후반부에서 다소 단순하게 처리되는 느낌이 있다.
다만 이 영화가 그런 매끄러움을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기의 이야기가 실제로는 훨씬 더 고통스럽고 불공평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영화는 그 안에서 선의와 연대가 가능한 방향을 보여주려 한다. 그걸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주의로 읽을 수도 있고, 그게 필요한 시선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나는 후자 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지점에서 보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이 영화와 잘 맞는 사람 / 이 영화와 맞지 않는 사람
감동을 주려는 의도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는 영화를 불편해하는 사람이라면 후반부에서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그 의도 자체보다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담으려 했는지를 보는 사람에게는 꽤 오래 남는 영화가 된다. 특히 비아의 챕터, 잭 윌의 챕터가 각각 어기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읽게 만드는지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인데, 어른과 아이가 각자 다른 지점에서 다른 걸 가져가는 종류의 영화다. 아이에게는 어기의 이야기가, 어른에게는 비아나 부모의 시선이 더 깊게 남을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 왓챠, 티빙에서 구독으로 볼 수 있고, 웨이브에서는 대여가 가능하다. 위에 정리한 플랫폼 중 구독 중인 곳에서 바로 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