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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설비를 설계할 때 법령에서 "몇 대를 어디에" 둘지를 정한다면, "어떻게 시설할지"를 정하는 것은 한국전기설비규정(KEC) 241.17입니다. 분량은 길지 않지만 충전기 사양서, 설치 상세도, 특기시방에 들어가야 할 숫자와 조건이 이 조항 하나에 모여 있습니다. 앞선 글(전기차 충전 인프라 설계)에서 의무 설치 수량과 지하주차장 기준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KEC 241.17을 조항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각 기준이 도면과 시방서의 어디에 들어가야 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241.17.1~2 — 적용 범위와 저압전로
KEC 241.17은 전력계통에서 교류 전원을 받아 전기차에 공급하는 분전반, 배선, 충전장치, 충전 케이블까지 충전설비 전체에 적용되고, 전원공급설비의 전로 전압은 저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급속충전기처럼 큰 용량이라도 충전기에 들어가는 전로는 저압이라는 뜻이라서, 고압 수전을 받는 건물에서는 충전설비용 변압기 2차측부터가 이 조항의 범위가 됩니다.
충전용 저압전로에는 전용 개폐기와 과전류차단기를 각 극에 시설하고(다선식 전로의 중성극은 과전류차단기 제외), 전로에 지락이 생기면 자동으로 차단하는 장치를 둬야 합니다. 옥내 배선기구는 충전 부분이 노출되지 않아야 하고, 습기가 많거나 물기가 있는 곳의 배선기구는 방습 장치를 해야 하며, 저압 콘센트는 접지극이 있는 것을 써서 접지해야 합니다. 옥측이나 옥외의 배선기구는 옥외 배·분전반 기준(KEC 235.1)을 따릅니다.
241.17.3 — 충전장치 시설 기준
충전장치 자체에 대한 기준은 사양서에 들어갈 항목이 대부분입니다. 충전부가 노출되지 않게 하고 외함은 접지해야 하며, 외부 충격에 견디는 기계적 강도는 IK08 이상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IK 등급은 외함이 견디는 충격 에너지를 나타내는 등급이고, IP 등급은 먼지와 물에 대한 보호 정도를 나타냅니다. 침수 위험이 있는 곳에는 설치하지 않아야 하고, 방진·방수 보호등급은 옥외 IP44 이상, 옥내 IP41 이상입니다.
설치 위치와 관련된 숫자도 있습니다. 충전장치는 부착된 케이블을 걸 수 있는 거치대나 수납공간(옥내 0.45m 이상, 옥외 0.6m 이상)을 갖춰야 하고 케이블은 반드시 거치해야 합니다. 케이블 인출부는 옥내용이면 지면에서 0.45m 이상 1.2m 이내, 옥외용이면 0.6m 이상에 있어야 합니다. 또 충전 케이블은 거치나 보관할 때 주차구획 안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차량이 케이블을 밟아 피복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기준입니다.
| 항목 | 옥내 | 옥외 |
|---|---|---|
| 방진·방수 보호등급 | IP41 이상 | IP44 이상 |
| 기계적 강도 | IK08 이상 | |
| 케이블 인출부 높이 | 지면에서 0.45m 이상 1.2m 이내 | 지면에서 0.6m 이상 |
| 거치대·수납공간 | 0.45m 이상 | 0.6m 이상 |
그 밖에 충전장치에는 전기차 전용 표지와 위험표시를 잘 보이는 곳에 붙이고, 쉽게 열 수 없는 구조여야 합니다. 급속충전시설은 KS R IEC 61851-1의 비상 개폐 또는 단로 요건에 맞는 것을 설치해야 하므로, 사양서에 비상정지 기능을 명시합니다. 과금형 콘센트는 접지극이 있는 방적형 또는 그 이상의 보호덮개가 있는 제품을 쓰고 접지해야 합니다.
241.17.4 — 충전 케이블, 커플러, 무선충전
충전장치와 차량을 연결할 때 연장코드는 쓸 수 없고, 자동차 어댑터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충전 케이블은 유연성이 있으면서 통상의 충전전류를 흘릴 수 있는 굵기여야 합니다. 커플러는 충전 케이블 쪽 커넥터와 차량 쪽 인렛으로 이루어지는데, 다른 배선기구로 대체할 수 없는 구조여야 하고 극성이 구분되며 접지극이 있어야 합니다.
커플러의 안전 요건은 순서가 핵심입니다. 접지극은 꽂을 때 가장 먼저 접속되고 뽑을 때 가장 나중에 분리되어야 하고, 의도하지 않은 분리를 막는 잠금 장치가 있어야 하며, 커넥터가 차량에서 분리되면 케이블의 전원 공급을 끊는 인터록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커넥터와 플러그는 떨어뜨리거나 밟혀도 견디는 기계적 강도를 갖춰야 합니다.
무선 충전 급전패드
무선 충전설비의 급전패드는 이물질이 감지되면 충전이 되지 않아야 하고, 전자파적합성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지면 아래나 지면에 설치하는 급전패드는 IP65 이상, 노상주차장과 노외주차장에 설치하는 경우는 IP69K 이상이어야 하며, 지상에 장착할 때 바닥에서 패드 상단까지 높이는 70mm 이하로 제한됩니다.
241.17.5 — 방호장치와 주변 시설
충전 구역 주변 시설에 대한 기준입니다. 충전 중인 차량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유동방지 장치(카스토퍼 등)를 갖춰야 하고, 차량 충돌 같은 물리적 충격이 우려되면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KS S ISO 3864-1에 따른 잠재적 위험 경고 표시를 해야 합니다. 충전 중 환기가 필요한 장소라면 환기설비와 그 표지를, 충전 중에는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표시장치를 잘 보이는 곳에 둬야 합니다.
조명도 기준이 있습니다. 충전시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KS A 3011(조도 기준)의 주차장 기준에 맞는 조명설비를 설치해야 합니다. 충전구역 조명은 주차장 일반 조명과 같은 회로로 묶이는 경우가 많은데, 충전구역만 조도가 부족하지 않은지 조도 계산에서 따로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조항의 2항과 3항은 자주식 지하주차장 기준(CCTV, 지하 3층 이내, 충전구역 내화구조)과 이차전지형 이동식 충전시설의 옥내·지하 설치 금지를 다룹니다. 이 부분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설계 글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도면과 시방서에 반영하는 순서
KEC 241.17의 기준을 정리해보면 성격이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회로 구성 기준(전용 개폐기, 과전류차단기, 지락차단장치, 접지)으로 분전반 결선도와 계통도에 들어갑니다. 둘째는 장비 성능 기준(IP·IK 등급, 비상정지, 커플러 요건)으로 충전기 사양서와 특기시방에 들어갑니다. 셋째는 설치 조건 기준(인출부 높이, 거치대, 케이블 보관 위치, 방호장치, 조명)으로 평면도와 입면 상세도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나눠두면 검토자가 "이 기준은 어디서 확인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바로 해당 도서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또 KEC는 거의 해마다 개정되고 있고, 최근에는 소관 부처가 바뀌면서 공고 기관도 달라졌습니다. 충전설비 관련 조항도 원격감시, 지하주차장 화재 대비 등으로 계속 보강되고 있으니, 설계 착수 시점의 최신 KEC 원문을 기준으로 체크리스트를 갱신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급속충전기도 저압으로 공급하나요?
KEC 241.17에서 전기자동차 전원공급설비에 사용하는 전로의 전압은 저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고압으로 수전하는 건물이라도 충전설비로 가는 전로는 변압기를 거친 저압 전로로 구성합니다.
Q. 과금형 콘센트에도 CCTV가 필요한가요?
자주식 지하주차장 CCTV 기준에서 과금형 콘센트는 예외로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다만 과금형 콘센트 자체는 접지극이 있는 방적형 이상 보호덮개 제품을 쓰고 접지해야 한다는 기준을 따로 지켜야 합니다.
Q. 연장선으로 충전기와 차량을 연결해도 되나요?
충전장치와 전기자동차의 접속에는 연장코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어댑터는 허용되므로, 케이블 길이가 부족하다면 충전기 위치나 케이블 길이 사양을 조정하는 것이 맞는 방법입니다.
KEC 241.17은 회로, 장비, 설치 조건이라는 세 덩어리로 나눠 보면 도면과 시방서에 빠짐없이 옮기기 쉬워집니다. 충전설비는 설치 이후 사용자가 직접 만지는 설비라서, 높이 하나, 케이블 보관 위치 하나가 실제 안전과 직결됩니다. 설계 단계에서 기준을 도면에 숫자로 남겨두는 것이 시공과 유지관리 단계까지 기준이 지켜지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