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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가 처음 시행됐을 때 접지 관련 용어가 가장 막막했습니다. 기존에 쓰던 1종·2종·3종 접지라는 익숙한 분류가 사라지고 TN·TT·IT 계통, 단독·공통·통합접지라는 낯선 용어들이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설명 자료도 부족해서 접지 전문업체 담당자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면서 익혔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KEC 접지 체계를 처음 마주하는 분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느낄 겁니다. 용어의 의미와 각 방식의 차이를 먼저 이해하면 실무에서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KEC 접지 시스템의 3가지 목적 구분
KEC 140에서는 접지 시스템을 목적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계통접지(System Earthing)란 전력계통의 중성점을 대지와 연결해 이상전압 발생 시 전위를 안정시키고 보호 계전기가 정확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접지를 의미합니다. 변압기 2차측 중성점을 대지에 연결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보호접지(Protective Earthing)란 고장 발생 시 감전 위험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전기기기의 외함이나 금속 부분을 대지와 연결하는 접지를 의미합니다. 기존의 기기접지·금속제 외함 접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피뢰시스템 접지(Lightning Protection Earthing)란 낙뢰 전류를 안전하게 대지로 방류해 건축물과 설비를 보호하는 접지를 의미합니다.
기존 판단기준에서 쓰던 1종·2종·3종·특3종 접지는 KEC에서 모두 폐지됐습니다. 대신 각 접지의 목적과 계통 방식에 따라 위 세 가지로 재분류됐습니다. 처음에는 이 변화가 혼란스러웠지만, 국제표준(IEC 60364)과 맞춰진 방향이라 이제는 오히려 개념이 더 명확하게 정리된 느낌입니다.
계통접지 방식 — TN·TT·IT의 차이
계통접지는 전원 측 접지와 기기 측 접지의 연결 방식에 따라 TN·TT·IT 세 가지로 나뉩니다. 알파벳의 의미를 먼저 알면 구분이 쉽습니다. 첫 번째 문자는 전원 측 접지 방식을 나타냅니다. T는 한 점을 대지에 직접 접속, I는 모든 충전부를 대지와 절연하거나 높은 임피던스를 통해 접속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문자는 기기 측 노출도전부의 접지 방식입니다. T는 대지에 직접 독립 접속, N은 전원 측 접지점(중성점)에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TN 계통이란 전원 측 한 점을 직접 대지에 접속하고 기기의 노출도전부를 그 접지점에 보호도체(PE)로 연결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TN-S·TN-C·TN-C-S 세 가지로 다시 나뉘며 국내 저압 배전에서 가장 많이 쓰입니다. TT 계통이란 전원 측과 기기 노출도전부를 각각 독립된 접지극으로 대지에 직접 접속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IT 계통이란 전원 측 모든 충전부를 대지와 절연하거나 높은 임피던스를 통해 접속하고, 기기 노출도전부는 별도로 접지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1차 지락 발생 시에도 계속 운전이 가능해 병원·공장처럼 정전이 허용되지 않는 장소에 씁니다.

시설 종류 — 단독·공통·통합접지의 차이
접지 계통 방식과 별개로, 접지극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단독접지·공통접지·통합접지로 나뉩니다. 단독접지란 특고압·고압 계통의 접지극과 저압 접지계통의 접지극을 완전히 분리해 각각 독립적으로 시설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다른 계통의 영향을 받지 않아 독립적인 보호가 가능하지만, 접지극 상호 간에 충분한 이격거리가 필요해 면적이 제한된 도심 건물에서는 시공이 어렵습니다. 공통접지란 특고압·고압 접지계통과 저압 접지계통을 등전위 형성을 위해 하나의 공통 접지극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격거리 확보가 어려운 도심 건물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입니다.
통합접지란 전기 계통접지·통신접지·피뢰접지를 하나의 접지극으로 통합해 시설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모든 접지를 하나로 묶어 등전위를 형성하는 구조로, 최근 신축 건물에서 적용이 늘고 있습니다. 다만 통합접지를 하려면 서지보호장치(SPD)를 설치해 피뢰 전류가 다른 설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일반 건축물 프로젝트에서는 대부분 공통접지 방식을 적용하고, 건물 피뢰 및 통합접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접지 전문업체에 설계와 시공을 맡기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실무 선정 기준 — 어떤 방식을 언제 쓰나
설계 실무에서 접지 방식을 선정할 때는 건물 규모, 수전 전압, 설비 특성, 대지 조건을 함께 고려합니다. 일반적인 저압 수전 건물에서는 TN-C-S 계통에 공통접지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KEC 142.4에서는 계통접지의 시설 요건으로 접지저항값 산정과 접지도체 굵기 선정 기준을 규정하고 있어, 설계 단계에서 접지저항 계산서를 작성해두는 것이 감리 대응에도 유리합니다.
병원·데이터센터처럼 정전이 허용되지 않는 장소는 IT 계통을 검토합니다. 고층 건물이나 뇌격 위험이 높은 지역은 통합접지를 적용하고 서지보호장치(SPD)를 계통 인입부와 분전반에 설치합니다. 피뢰시스템과 통합접지 설계는 전문 분야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는 해당 항목은 접지 전문업체에 맡기고, 전기 설계자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이 적용됐는지 파악해서 분전반·계통도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협업합니다. 전문 영역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설계 품질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KEC 접지 체계는 처음 접하면 낯설지만 목적별 3분류와 시설 종류 3분류로 구조를 파악하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쓰는 방식만 제대로 이해해두고, 특수한 경우에는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접지는 도면 한 장으로 끝나는 항목이 아니라 시공과 계산서까지 따라가야 완성되는 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