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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전기 설계를 하다 보면 전기 설비뿐 아니라 정보통신 설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내통신선로설비, CCTV, 방송설비, 인터폰, 주차관제, 이동통신 구내설비까지 범위가 넓고, 적용 법규도 전기와 다르게 방송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과 정보통신공사업법이 기준이 됩니다. 전기 설계자 입장에서는 통신 설비의 기본 설계 기준을 파악해두면 협업 시 소통이 훨씬 수월해지고, 도면 누락 없이 완성도 높은 설계가 가능합니다.
정보통신 설비 설계의 법적 근거와 범위
정보통신 설비(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Facilities)란 유선·무선·광선 등 전자적 방식으로 부호·문자·음향·영상 등의 정보를 저장·제어·처리하거나 송수신하기 위한 기계·기구·선로 및 관련 설비 일체를 의미합니다. 건축물에 설치되는 정보통신 설비는 정보통신공사업법과 방송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이 주요 법적 근거가 됩니다. 전기 설비를 규율하는 KEC와 별개의 체계이기 때문에 처음 접하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기본 구조를 익혀두면 실무에서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건축물 설계에서 정보통신 설비는 구내통신선로설비, 이동통신 구내선로설비, CCTV, 방송설비, 인터폰, 주배선반(MDF), 무선랜, 주차관제설비가 주요 항목입니다. 이 설비들의 설계는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른 용역업자가 담당하지만, 건축물 건축 시 함께 설계되는 경우 건축사 업무 범위에도 포함됩니다. 저는 전기·통신을 함께 설계하는 프로젝트에서 통신 부분은 기본 배관 경로와 MDF 위치를 잡고, 세부 장비 선정과 결선은 통신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을 씁니다.
구내통신선로설비 — 2023년 개정으로 바뀐 기준
구내통신선로설비(Premises Telecommunication Line Facility)란 건물 내 통신 배선을 위해 설치하는 케이블·배관·단자함 등 선로 설비 전체를 의미합니다. 2023년 6월 방송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구내통신 회선 기준이 강화됐습니다. 핵심 변경 내용은 주거용·업무용 건축물에 UTP 케이블과 광섬유 케이블을 모두 갖추도록 의무화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UTP 케이블만 설치해도 됐지만 개정 이후 광섬유 케이블이 추가로 요구됩니다.
주거용 건축물은 단위 세대당 UTP 케이블 1회선 이상, 광섬유 케이블 2코어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업무용 건축물은 전용 면적 기준으로 회선 수가 산정됩니다. 주배선반(MDF)이란 외부 통신 선로와 구내 통신 선로를 접속하는 중간 배선반을 의미하며, MDF 위치와 용량 선정이 구내통신 설계의 핵심입니다. 건물 규모에 따라 층별 중간단자함(IDF)을 두고 MDF에서 IDF로, IDF에서 각 세대나 실로 분기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CCTV·방송·인터폰·이동통신 — 설비별 설계 기준
CCTV(폐쇄회로텔레비전)는 범죄 예방과 안전 관리를 위해 건물 내외부에 설치하는 영상 감시 설비입니다. 공동주택은 의무 설치 대상으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설치 위치와 해상도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카메라 위치는 건축 도면의 주요 동선과 출입구를 기준으로 잡고, DVR·NVR 장비실 위치와 배관 경로를 함께 설계합니다. 방송설비는 비상방송과 업무방송으로 나뉘며, 비상방송 설비는 소방법 기준도 함께 만족해야 합니다. 층별 스피커 배치와 앰프실 위치가 핵심 설계 항목입니다.
인터폰·도어폰은 세대 현관과 공동 현관을 연결하는 통화·영상 설비입니다. 공동주택에서는 세대별 인터폰 단말기와 로비폰, 관리실 연계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동통신 구내선로설비는 연면적 1,000㎡ 이상인 다중이용 건축물과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 설치 대상입니다. 지하층은 물론 2017년 개정으로 지상층까지 이동통신이 원활히 되도록 중계기 설비와 배관을 설계해야 합니다. 저는 이동통신 구내설비는 통신사업자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설계 초기 단계에서 협의 일정을 먼저 잡아두는 방식을 씁니다.
전기 설계자 입장에서 통신 설비를 다루는 방법
전기 설계와 통신 설계가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 함께 진행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관 경로와 설비실 위치입니다. 전기 배관과 통신 배관이 같은 경로를 지나는 구간은 도면에서 미리 구분해 표기하고, 케이블 간섭이 생기지 않도록 이격 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KEC 232조에 따라 저압 전기 배선과 통신 선로 사이는 0.1m 이상 이격이 필요하고, 같은 배관이나 덕트를 함께 쓰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통신 배선 구간에 내열전선을 적용할 경우 소방 배선과 혼용되지 않도록 도면 범례에서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MDF실, DVR실, 방송 앰프실 같은 통신 설비 전용 공간은 설계 초기 단계에서 건축사와 위치를 협의해두어야 합니다. 이 공간들이 늦게 확정되면 배관 경로 전체가 바뀌는 경우가 생깁니다. 통신 설비의 전원 공급도 전기 설계 범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분전반에 통신 설비 전용 회로를 확보해두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전기 설계자가 통신 설비의 기본 구조를 알고 있으면 통신 전문 업체와의 협업이 훨씬 빠르고 정확해집니다.
정보통신 설비는 전기 설비와 다른 법 체계에서 운영되지만, 실제 설계 현장에서는 두 분야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배관 경로, 설비실 위치, 전원 공급, 배선 분리까지 전기 설계자가 챙겨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기본 기준을 알고 있으면 통신 전문 업체와의 협업이 훨씬 원활해지고 도면 완성도도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