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챠에서 봤다. 일본 원작 영화(2004)를 먼저 봤었기 때문에 한국 리메이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면서 틀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리메이크하면 항상 비교가 따라오는데, 보고 나서는 그 비교가 의미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영화가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달하는 감각이 달랐다. 이장훈 감독이 2018년에 연출한 작품으로 소지섭과 손예진이 주연이다. 194만 관객을 동원했다.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가 비가 오는 날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다는 설정이다. 남편 우진은 그녀에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다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이유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로맨스 영화로만 읽으면 이 영화의 절반밖에 못 본다. 이 영화의 핵심은 우진과 수아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호라는 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엄마가 죽었다는 걸 알면서도 비가 오면 엄마를 마중 나가는 아이. 그 설정이 이 영화를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로 만든다. 지호가 기억을 잃은 엄마와 처음 만나는 장면, 그리고 엄마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아빠를 통해 배워가는 과정이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강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감정은 우진이 아니라 지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엄마가 돌아왔는데 그 엄마가 나를 모른다는 감각. 그걸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이 영화가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행동과 표정으로 보여준다. 어른의 사랑 이야기보다 그 부분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현재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웨이브에서는 유료 대여도 가능하다.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만드는 온도
이 영화에서 소지섭의 우진은 말이 많지 않다. 조용하고 서툴고, 아내가 돌아왔는데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하는 사람이다. 소지섭의 무뚝뚝한 이미지가 이 캐릭터에 오히려 잘 맞는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데 그 안에 무언가 쌓여 있다는 게 느껴지는 연기다. 손예진의 수아는 반대로 기억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다. 우진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을 다시 경험하는 인물인데, 손예진이 그 설렘과 동시에 무언가 알 수 없는 감각이 겹쳐 있는 표정을 잘 담아낸다.
두 배우의 조합이 이 영화에서 잘 작동하는 이유가 있다. 소지섭이 감정을 억누르는 방향이고 손예진이 감정을 열어두는 방향이라,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에서 균형이 생긴다. 한쪽이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하면 무너질 수 있는 구조인데, 두 사람이 서로의 온도를 잘 조율했다.

원작과 리메이크,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
원작인 일본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은 한국 버전을 보면서 자꾸 비교하게 된다. 원작의 정서가 더 잔잔하고 섬세한 편이고, 한국 버전은 감정을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는 감성이 다르다. 일본 영화 특유의 여백이 좋은 사람은 원작이 더 잘 맞을 수 있고, 감정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은 한국 버전이 더 편할 수 있다. 어느 쪽을 먼저 보든 두 영화를 다 보고 비교해보는 경험이 흥미롭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중반부에서 감정 신파가 조금 과해지는 구간이 있다는 거다. 억지로 눈물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보이는 장면들이 있어서, 절제됐으면 더 강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을 향해 가는 흐름은 꽤 잘 설계됐고,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모르고 보는 게 훨씬 효과가 크다.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도 한국 버전만의 방식으로 그 결말을 처리한 부분이 있어서 흥미롭다. 넷플릭스나 왓챠 구독 중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다. 혼자 조용히, 가능하면 비 오는 날 보는 게 이 영화와 제일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