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서 다시 봤다. 처음 봤을 때는 어렸을 때였는데, 다시 보니까 이 영화의 조용함이 얼마나 대단한 선택인지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2002년 이정향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당시 7살이었던 유승호와 실제 비전문 배우인 김을분 할머니가 주연이다. 426만 관객을 동원했고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87분짜리 영화인데 대사가 거의 없다. 할머니는 말을 못 하고, 상우는 할머니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 조건이 이 영화의 전부를 만든다.
볼 수 있는 곳
| 플랫폼 | 이용 방식 |
| 넷플릭스 | 월정액 구독 (광고형 포함) |
| 왓챠 | 월정액 구독 |
| 티빙 | 월정액 구독 |
| 웨이브 | 월정액 구독 / 유료 대여 |
LG U+ TV 셋톱박스에서도 VOD로 검색해볼 수 있다. 서비스 여부는 계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여부는 직접 앱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김을분 할머니라는 존재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건 할머니 역할의 김을분 씨다. 비전문 배우다. 연기가 아니라 그냥 그분이 그분이다. 이 영화에서 할머니가 말을 못 하는 설정이 있는데, 실제로 김을분 씨는 연기 경험이 없는 분이라 대사 없이 몸과 표정으로만 화면을 채워야 했다. 그게 오히려 이 영화를 진짜처럼 만든다. 할머니가 바느질을 하고, 밥을 짓고, 험한 길을 걸어가는 그 모습이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냥 그 할머니의 하루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가 20년이 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진짜 같음이라고 생각한다.
유승호가 연기한 상우는 이 영화의 불편한 축이다. 도시에서 온 버릇없는 아이인데, 처음엔 정말 밉다. 할머니에게 거칠게 굴고, 원하는 게 없으면 삐지고, 이 공간 자체를 거부한다. 그 밉상이 설득력 있어야 나중에 변화가 의미 있어지는데, 유승호가 그걸 꽤 자연스럽게 해냈다. 당시 7살 아이가 이만한 연기를 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지금의 유승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서 그 출발점을 보는 재미가 있다.
말 없이 전달되는 것들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전부 대사 없이 행동으로 전달된다. 할머니가 상우를 위해 먼 길을 걸어 치킨을 사 오는 장면. 상우가 할머니에게 편지 쓰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 할머니가 바늘에 실을 꿰지 못하자 상우가 슬쩍 도와주는 장면. 이 장면들에서 대사가 없는 게 더 강하다. 말로 설명하면 오히려 힘이 빠지는 순간들이다. 이 영화가 미니멀한 방향을 선택한 게 정확했다는 걸 그 장면들에서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떠오른 건 내 할머니였다. 어릴 때는 몰랐던 것들, 지금 돌아보면 그때 할머니가 얼마나 많은 걸 말없이 해주셨는지 같은 것들. 이 영화가 관객 각자의 기억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상우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내 이야기가 겹쳐 보이는 경험. 그게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상우의 변화가 조금 빠르게 처리된 느낌이 있다. 그렇게 버릇없던 아이가 변해가는 과정이 조금 더 촘촘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구간이 있다. 87분이라는 러닝타임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는 건, 담고 있는 감정이 시대를 타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 정리한 플랫폼 구독 중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다. 혼자 조용히 보는 게 제일 잘 맞고, 가족과 함께 봐도 각자 다른 감상이 나올 것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