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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에서 봤다.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이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가 주연이다. 17살에 가출해서 항공기 조종사, 의사, 변호사를 차례로 사칭하며 수백만 달러를 가로챈 실존 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이야기. 코미디로 분류되긴 하는데, 보는 내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추격전이라는 장르적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영화가 진짜로 다루고 있는 건 사기 수법이 아니라 한 소년이 가족의 붕괴를 어떻게 버텨내려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그 전환이 자연스러워서, 다시 봐도 영화가 언제 톤을 바꿨는지 정확히 짚기가 어렵다.

    내 생각: 화려한 사기 수법보다 더 오래 남는 건, 신분을 바꿀 때마다 잠깐씩 채워졌다가 다시 비는 프랭크의 외로움이다

    사기꾼의 재능보다 먼저 보이는 것

    영화 초반, 부모님의 이혼 소식을 듣는 장면에서 프랭크의 표정을 유심히 봤다. 충격을 받았다기보다 뭔가 무너지는 걸 그냥 지켜보는 듯한 얼굴이다. 이 장면이 이후 그가 벌이는 모든 사기 행각의 출발점이라는 걸 영화는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해서 보여준다. 프랭크가 새로운 신분을 입을 때마다, 그 신분이 그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안정된 가족, 존경받는 위치, 자신을 봐주는 사람들을 만들어준다는 걸. 사기라는 행위가 단순히 돈을 위한 게 아니라 그가 잃어버린 소속감을 임시방편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는 게, 다시 보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 영화를 십대 때 처음 봤을 때는 그냥 통쾌한 사기극으로만 기억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프랭크가 가짜 신분으로 성공할 때마다 영화가 그 성취감을 길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상 짧은 순간의 만족 뒤에 외로움이 따라붙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혼자 전화박스에서 FBI 요원 칼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그 정점이다. 잡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그 모습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다.

    공항 복도에서 조종사 제복을 입은 남자가 항공 승무원들에 둘러싸여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는 장면

    칼이라는 인물이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이유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FBI 요원 칼 핸래티는 이 영화에서 프랭크 못지않게 중요한 축이다. 처음엔 단순히 사기꾼을 쫓는 고지식한 수사관처럼 그려지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가 프랭크에게 갖는 감정이 단순한 직업적 집착을 넘어선다는 게 보인다. 두 사람이 전화로 대화하는 장면들, 특히 매년 크리스마스이브마다 걸려오는 전화를 칼이 기다리게 되는 그 패턴이 흥미롭다. 추격자와 도망자라는 관계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거의 유사 부자관계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톰 행크스의 연기에서 인상적인 건 절제다. 화를 낼 만한 상황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프랭크를 따라잡지 못할 때마다 보이는 반응이 분노보다는 피로와 약간의 인정에 가깝다. 이 캐릭터가 단순한 적대자로 남았다면 영화가 훨씬 평면적이었을 것이다. 칼이 프랭크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 잡아야 하는 임무와 동시에 이 아이를 어딘가에서 걱정하게 되는 마음, 이 영화 후반부의 정서적 무게를 만든다.

    스필버그가 가벼움 속에 숨긴 것들

    이 영화의 연출은 의외로 경쾌하다. 60년대 특유의 색감, 존 윌리엄스의 재즈풍 스코어, 빠른 편집 리듬. 추격전 자체가 즐겁게 느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그 가벼운 표면 아래에 스필버그가 의도적으로 깔아둔 슬픔의 결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랭크가 새로운 사기를 칠 때마다 잠깐씩 등장하는 그의 아버지(크리스토퍼 워컨)와의 장면들이 특히 그렇다. 아버지는 한때 사업가로 잘나갔지만 지금은 몰락했고, 프랭크가 가짜 수표로 벌어들인 돈을 아버지에게 가져다줄 때마다 그 둘 사이에 흐르는 정서가 코미디라는 장르 표면과 어울리지 않게 무겁다.

    나는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크리스토퍼 워컨의 연기를 더 눈여겨보게 됐다.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몰락한 아버지가 아들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모습과 동시에 무력함을 드러내는 그 균형이 섬세했다. 프랭크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어서 사기를 계속한다는 설정이, 단순히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동기 부여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정서적 토대로 기능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병원 복도에서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팔짱을 낀 채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

    실화라는 사실이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걸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프랭크 애버그네일이 실제로 존재했고, 영화 엔딩 크레딧에서 알 수 있듯 이후 FBI의 보안 컨설턴트로 일했다는 사실은 이 영화를 단순한 픽션 이상으로 만든다. 다만 다시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건, 영화가 프랭크의 범죄를 다소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들, 그가 위조 수표로 속인 은행과 개인들의 시선은 영화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범죄를 미화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프랭크의 시점에 너무 가깝게 붙어서 진행되다 보니 그가 만든 피해의 실체가 흐릿해지는 면이 있다. 이건 이 영화가 가진 분명한 한계라고 생각한다.

    호텔 방 안에서 한 남자가 총을 겨누고 있고, 맞은편 문가에 정장 차림의 청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주 서 있다

    이 영화와 잘 맞는 사람 / 이 영화와 맞지 않는 사람

    유쾌한 추격전과 화려한 사기 수법을 기대하고 본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영화다. 다만 그 표면 아래에 있는 가족 해체와 외로움의 정서까지 함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영화가 단순한 캐퍼 무비 이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의 케미스트리, 그리고 두 사람이 전화로만 주고받는 장면들의 긴장감을 즐기는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다.

    현재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모두 구독으로 볼 수 있다. 위에 정리한 플랫폼 중 구독 중인 곳에서 바로 틀 수 있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