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서울이 폐허가 됐는데 황궁 아파트만 멀쩡하게 살아남는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2023년 작품으로,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이 주연을 맡았다. 재난 영화처럼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재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무너지는지를 들여다보는 영화다.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초반 설정이 워낙 강렬해서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황궁 아파트라는 무대이 영화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가지는 위상을 비틀고 있다. 입주민들이 외부 생존자들을 몰아내고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처음엔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근데 시간..
티빙에서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처음 봤을 때는 IMF 외환위기가 그냥 역사 속 사건처럼 느껴졌는데, 두 번째로 보니까 다르게 들어왔다. 1997년 당시 어른들이 겪었을 감각, 그 공포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이 됐다. 최국희 감독이 연출한 2018년 작품으로, 대한민국 외환위기 직전 7일을 배경으로 한다.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이 출연하는데,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는 세 축의 인물로 이야기가 나뉜다. 경제 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드라마보다 재난 영화에 가깝게 느껴진다는 게 묘한데, 이 영화가 딱 그렇다.어디서 볼 수 있나2018년 작품이라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현재 넷플릭스, 왓챠, 티빙에서 월정액 구독으로 볼 수 있고, 웨이브에서는 유료 대여도 가능하..
넷플릭스에서 늦은 밤에 틀었다가 새벽까지 끊지 못했다. 2015년 개봉작이고 당시 극장에서 엄청난 흥행을 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볼 기회가 없다가 한참 뒤에야 봤다. 우민호 감독이 연출했고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이 중심을 잡고 있는데, 세 사람이 각자 완전히 다른 결의 캐릭터를 가져가면서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정치, 언론, 재벌이 어떻게 서로 얽혀 돌아가는지를 꽤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인데, 불편한 건 그게 전혀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세 인물이 만드는 구도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세 남자의 이야기다. 조직의 뒤를 봐주다 버림받은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부패한 권력을 쫓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그 권력의 중심에 앉아 있는 언..
왓챠에서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예상과 전혀 달랐다. 제목만 보면 뭔가 기획이나 프로젝트 관련 이야기인가 싶은데, 실제로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바로 옆 허름한 모텔에 사는 여섯 살 꼬마 무니의 여름 이야기다. 2017년 션 베이커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화려한 테마파크 바로 옆에 존재하는 빈곤의 민낯을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무니는 세상이 원래 이런 줄 안다. 친구들이랑 모텔 주변을 뛰어다니고, 아이스크림을 얻어먹고, 어른들 사이에서 자기들만의 모험을 이어간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불안하고 위태로운 환경인데, 무니에게는 그냥 일상이다. 그 간극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힘이다.영화 기본 정보항목내용감독션 베이커개봉연도2017년장르드라마러닝타임111분주요 출연브루클린 프린스, 브리아 비나이테, ..
넷플릭스에서 이것저것 고르다가 별생각 없이 틀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이 영화는 뭔가를 설명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그냥 한 여자가 밴을 타고 미국 서부를 떠돌며 살아가는 모습을 따라갈 뿐이다. 근데 그게 보는 내내 이상하게 눈을 못 떼게 만든다. 2020년 작품으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했고, 제시카 브루더의 논픽션 책을 원작으로 한다.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주인공 펀을 연기했는데,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감독도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받으며 그해 아카데미를 사실상 석권했다. 화려한 수식어들과 달리 영화 자체는 굉장히 조용하고 느리다. 그 조용함 안에 꽤 많은 것이 담겨 있다.영화 기본 정보항목내용감독클로이 자오개봉연도2020년장르드라마러닝타임108분원작제시카 브루..
솔직히 말하면 원작 소설이나 이전 영화들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냥 고전 명작 계열 영화겠거니 하고 왓챠에서 틀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빠져들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이 2019년에 내놓은 이 영화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단순히 충실한 각색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는 비선형 구조로 풀어내는데, 처음엔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게 이 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된다. 네 자매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여성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19세기 배경으로 꽤 정직하게 담아낸다. 가볍지 않지만 무겁지도 않고, 보는 내내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유지된다.영화 기본 정보항목내용감독그레타 거윅개봉연도2019..